현재 롯데 자이언츠의 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투수진의 명단을 살펴보면, 1980년생 최고참 송승준부터 2000년생 서준원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 투수들과 패기가 가득한 영건 투수들이 나이 차이를 초월해 한 자리에 모여 땀을 흘리고 있다.
베테랑 투수들이야 자신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시즌을 준비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신진급 영건들은 스프링캠프의 스케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특히 현재 롯데의 스프링캠프 명단에는 기존 전력들 외에 전도유망한 영건들이 대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정성종, 차재용, 이승헌, 윤성빈, 최하늘, 그리고 신인 박진, 김현수, 서준원까지.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투수의 3분의 1이 영건들이다.
그만큼 양 감독이 투수진에 할애하는 시간은 많다. 양 감독의 시선은 매일 실시되는 불펜으로 향한다. 오전 훈련 시간의 대부분은 불펜에서 머문다. 불펜 피칭을 하는 도중, 젊은 투수들의 자세를 교정하기도 하고, 조언을 건넨다. 불펜 피칭이 끝나고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양상문 감독은 베테랑 투수들에게도 영건들의 성장에 책임감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캠프 초반, 양 감독은 베테랑 투수들이 젊은 투수들에게 그동안의 경험을 전수하는 강연 시간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베테랑 선배들의 강연 내용을 경청한 신인 김현수는 “손승락 선배님께 밥을 얻어먹고 싶다. 강의 때 했던 말씀들을 더 자세하게 듣고 싶고 더 물어보고 싶다”고 말하며 학구열을 불태우기도 했다.
강연 자리에 나섰던 손승락은 “감독님께서 그런 강의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감독님께서 영건들의 성장에 생각이 많으신 듯 하다 나에게도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송)승준이 형부터 시작해서, (윤)길현이, (오)현택이 등 베테랑 투수들 모두가 나서서 알려줬다”면서 “어린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잡생각이 많은 것 같다. 마운드 위에서 집중할 수 있게끔 하는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이제 갓 입단한 선수들은 모두 팀에서 에이스였기 때문에 많이 맞아보지도 않았을 것이고, 상처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마운드 위에서 던지면서 맞고, 겁이 많아지는 등 생각이 많아지는 부분들을 그동안 선배들이 느낀 경험을 토대로 조언들을 해줬다”며 영건들에게 건넨 강연 내용을 전했다.
이어 손승락은 “많이 아쉽기도 하다. 만약 어릴 때 이런 자리가 있었더라면 노하우들을 많이 빼와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젊은 투수들이 내게 먼저 다가온다면 아낌없이 내 노하우들에 대해 말해줄 것이다”고 강조했다.
베테랑 투수들이 젊은 투수들을 붙잡고 경험을 전수하는 광경은 훈련 틈틈이 목격되고 있다. 사이드암 오현택은 같은 유형의 영건 최하늘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슬라이더의 비법을 전수 하면서 영건들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젊은 투수들 역시 베테랑 투수들의 3선발로 낙점 받은 김원중의 경우, 송승준과 대화를 나누며 경험을 전수받고 있다. 또한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위해 민병헌, 전준우 등 베테랑 타자들에게 다가가 조언을 구하고 있다. 고참 선수들은 이러한 젊은 투수들의 질문들에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필수적인 상황인 만큼 양상문 감독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부터 지켜본 투수들을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시켰다. 양상문 감독 특유의 투수 육성 노하우가 영건들에게 녹아들기를 구단은 바라고 있다. 여기에 베테랑 선수들까지 합세해 팀의 숙원인 영건 투수들의 성장에 의기 투합하고 있다. /jhrae@osen.co.kr

[사진] 가오슝(대만)=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