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업자 손흥민(27, 토트넘)만 만나면 꿀벌군단 도르트문트는 벌벌 떤다.
토트넘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서 열린 도르트문트와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홈 경기서 후반 2분 손흥민의 천금 선제 결승골을 기점으로 얀 베르통언과 페르난도 요렌테의 연속골을 묶어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토트넘은 내달 6일 가벼운 마음으로 도르트문트 원정길에 오르게 됐다.
손흥민은 도르트문트전 통산 11번째 경기서 9번째 골을 기록하며 양봉업자의 면모를 이어갔다. 올 시즌 공격포인트는 총 16골 8도움으로 늘렸다. 손흥민은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2분 베르통언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오른발 발리 선제골로 마무리했다. 아시안컵 복귀 이후 4경기 연속골의 상승세다.

손흥민은 3-4-1-2 전형서 루카스 모우라와 함께 투톱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2선 공격수로 뒤를 받쳤다. 토트넘의 주포 해리 케인과 2선 핵심 자원인 델리 알리가 부상으로 결장해 에이스 손흥민의 어깨가 더욱 무거웠다.
도르트문트는 손흥민에게 ‘양봉업자’ 별명을 안겨준 팀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함부르크와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수 차례 도르트문트 골망을 갈랐던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손흥민은 2015년 여름 토트넘으로 이적해 와서도 도르트문트전 4경기서 3골을 기록하며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손흥민의 올해 첫 벌꿀 수확도 풍년이었다. 전반까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도르트문트의 압박 강도가 상당했다. 토트넘 동료들의 패스가 둔탁해 공을 잡을 기회조차 없었다. 손흥민이 전반 36분 날린 슈팅이 전반 토트넘의 유일한 유효슈팅이었을 정도로 경기력이 답답했다.
손흥민은 후반 초반 귀중한 선제골을 책임지며 일순간에 분위기를 바꿨다. 뛰어난 위치 선정과 군더더기 없는 결정력이 돋보였다. 손흥민의 골로 기세가 오른 토트넘은 베르통언과 요렌테의 릴레이 골을 더해 완승을 챙겼다. 토트넘은 이날 홈에서 실점하지 않고 3골 차 승리를 챙기며 2차전 원정서 0-2나 1-4(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로 패해도 8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독일 전통의 명가 도르트문트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팀이다. 자신감을 안고 손흥민을 상대했지만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독일 언론 빌트는 "또다시 손흥민이었다”며 “손흥민은 도르트문트전 11경기서 9골을 뽑아냈다”고 엄지를 세웠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는 "손흥민이 도르트문트에 큰 타격을 줬다”며 완승의 공신으로 꼽았다.
도르트문트의 손흥민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6일 새벽 5시 독일 지그날 이두나 파크서 펼쳐지는 16강 2차전 홈 경기서 또 한 번 손흥민을 상대한다. 큰 산을 넘어야 실낱 같은 8강행 희망을 살릴 수 있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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