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노래는' 박효신x정재일, 35일간 합숙 끝..역대급 '겨울소리' '비나리' 탄생 [종합]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9.02.15 00: 15

"35일간 고생했다"
'너의 노래는' 박효신과 정재일이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보낸 35일간 음악 여행을 마쳤다. 
14일 오후 11시, 전파를 탄 JTBC ‘너의 노래는’ 마지막화에서 정재일은 “정재일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돌봐줘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어머니랑 단 둘인데 사는 게 힘들 때 음악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어서 음악을 했다. 좋아서 한 건 아니다. 예술에 대한 철학이 없다. 입금 되면 한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그의 천재적인 음악성은 영화감독 봉준호도 감탄할 정도였다. 두 사람은 ‘옥자’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바. 봉준호 감독은 “전 음악을 늘 갈구한다. 음악 없는 영화는 못 만들 것 같다. 제가 찍은 장면들에 음악이 씌여질 때 개인적으로 가장 즐겁고 좋아하는 순간이다.  존 카펜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처럼 직접 작곡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면 전문 아티스트와 작업해야 한다”며 정재일을 치켜세웠다. 
‘옥자’에 관해 그는 “두 소녀의 이야기다. 소녀들만의 섬세한 감성이 정재일의 섬세한 음악 톤과 잘 어울릴 것 같더라. 음악만 들어도 얼마나 섬세한지 아실 듯하다. ‘기생충’에선 하나의 톤을 강조하고 있다면 ‘옥자’ 때엔 다양성을 강조했다. 음악의 색채도 무지개 빛깔처럼 다양하게 여러 장르를 펼쳐보려고 했다. 정재일은 음악감독으로서 제가 원하는 걸 해준다.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어느 날 부다페스트에서 맞이한 아침, 정재일은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드리려고 한다”며 심혈을 기울여 작곡에 나섰다. 그리고는 헝가리 국영 방송국 내 스튜디오에 가 오케스트라 연주 녹음도 진행했다. 
정재일은 “소년 합창단은 천상의 느낌이 든다”면서도 “열심히 준비해주셨는데 성에 안 찬다. 아이들이고 아침이라 그런가. 후반 작업이 필요할 듯하다. 만지면 잘 되겠죠”라고 디테일하고 꼼꼼한 면모를 보였다. 
이어진 다음 녹음에선 직접 지휘봉까지 잡았다. 그가 만든 곡은 ‘디어리스트’. 정재일은 “제가 정말 존경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곡이라서 직접 지휘까지 하게 됐다. 부족한 지휘 실력을 이해해 달라”고 오케스트라 연주원들에게 인사했다.  
이어 그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한국에선 지휘를 항상 하는데 여기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따로 배우진 않았다. 지휘를 인터넷으로 배웠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곡이라 직접 지휘하려고 했다. 그분에게 선물 주려고”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만든, 그 사람에게 들려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디어리스트’. 정재일은 진심을 담은 피아노 연주로 보는 이들을 감동하게 만들었다. 
한편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자발적 고립을 즐기던 박효신과 정재일은 기차를 타고 파리로 넘어가기로 했다. 새벽 일찍 기차를 탄 두 사람은 작곡 작사에 집중했다. 이들은 파리 시내 한복판에 있는 유명한 공동묘지로 향했다. 그곳에는 오스카 와일드, 에디트 피아프, 쇼팽, 짐 모리슨, 이사도러 던컨, 마르셀 프로스트,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등이 안장돼 있었다. 
박효신은 “외국 다니면서 여태껏 본 묘지 중에 가장 놀라웠다. 예술품처럼 모여 있는 묘지를 처음 봤다”며 “프랑스는 예술의 뿌리가 깊고 큰 곳이니까 죽음에 대해 크게 생각하고 고인을 보내는 정성과 마음이 크게 느껴져서 감동이더라. 쇼팽의 묘지는 소박해서 더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그는 “항상 생각한다. 내가 언제까지 가수를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없어질 때도 있고 미래가 불확실해보일 때도 있고. 스스로 민감한 변화를 느낀다. 모든 스타나 유명한 사람들이 늘 잘한 건 아니지 않나. 대중에게 외면 당해도 음악성은 훌륭한 경우 많은데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을 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지금 본인의 나이, 감정에 솔직한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박효신. 그는 “유행어 가사가 붙은 노래와 음악을 하는 건 제 자리가 아니라고 항상 생각한다. 외로울 때 슬플 때 위로 받고 싶을 때 듣고 싶은 노래였으면 한다”고 진심을 내비쳤다. 
정재일과 박효신은 눈길을 산책했다. 박효신은 묘지에 다녀온 소감을 털어놓으며 “신난 건 아니지만 너무 좋았다. 죽음이란 건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나.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싶더라. 묘지를 돌아다니면서 보는데 마음이 숙연해지고 이상해졌다”고 고백했다. 
두 사람은 함께 만든 ‘겨울소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는 펑펑 쏟아지는 눈을 바라봤다. 박효신은 “나무가 다 하얘지면 노래나 하나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함께 완성한 ‘겨울소리’를 골랐다. 정재일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박효신은 감미로운 라이브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박효신과 정재일은 35일간 진행했던 음악 여행을 마무리했다. 35일간 함께했던 피아노에 박수를 보내기도. 정재일은 박효신이 만든 ‘별시’를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박효신은 “나중에 시간이 지났을 때 재일이와 이런 시간을 보냈다는 걸 기록하고 낳겨놓을 수 있다는 게 가장 컸다”고 소감을 말했다. 정재일 역시 “외부로부터 격리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많은 예술가가 얘기했다. 위대한 예술가들에 비하면 고작 한 달이지만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정재일이 들려 준 마지막 노래는 하늘에 비는 노래 '비나리'였다. 전통음악이 아름다워서 좋다는 정재일은 신년 시청자들의 행운을 빌며 자신이 탄생시킨 '비나리'를 연주했다. 그는 "필생의 역작, 음악에 집중한 음악, 앞으로도 계속 음악을 위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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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너의 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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