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 감독 "'검은 사제들'이 경쟁작, 자기복제 하고 싶지 않다"[Oh!커피 한 잔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2.18 12: 55

 영화감독 장재현이 4년 만에 신작 ‘사바하’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전작 ‘검은 사제들’(2015)과 비슷한 오컬트 장르의 영화이긴 하지만 단순히 종교 영화로만 분류할 수 없는 이유는 다양하다. 신을 섬기는 인간을 통해 내면에 존재하는 믿음, 욕망 등 다양한 감정을 이야기 한다.
장재현 감독은 18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달 20일 개봉을 앞둔 신작 ‘사바하’(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외유내강, 공동제작 필름케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종교문제연구소 박목사(이정재 분)가 정비공 나한(박정민 분)과 쌍둥이 동생 금화(이재인 분)를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영화이다. 

기독교와 불교, 무속신앙 등 현존하는 종교들의 특징을 더해 신흥종교 ‘사슴동산’을 창조해낸 오컬트 영화이기도 하다.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물로도 볼 수 있기에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영화가 탄생한 셈이다. 
이날 장재현 감독은 “스님 한 분, 교수님 세 분에게 (영화 중간중간 내용을)보여주며 철저하게 검증했다. 이런 분야의 해석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지만 틀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라고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장재현 감독은 기자간담회가 끝날 때쯤 돌연 눈물을 쏟았다. 이에 대해 그는 “배우들이 언론시사회를 통해 ‘사바하’를 처음 봤다. 영화를 만들면서 배우들이 끝까지 저를 믿어줬는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같이 논의하며 만들었지만)숨겨 왔다가 배우들에게 처음 보여주는 자리라 보는 내내 긴장했던 거 같다"며 “영화를 같이 보는 동안 배우들의 얼굴을 몰래 훔쳐봤는데, 보고 나서 ‘너무 좋다’고 해주시더라. 그래서 마음이 녹아내렸다(웃음). 배우들이 마지막에 좋게 얘기해주셔서 (지쳤던)마음이 많이 녹아내렸던 거 같다. (고생했던 것들이 머릿속을 스치면서)보상을 받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물론 만들면서 마음 고생만 한 건 아니었다. 영화의 편집은 여러 가지로 해볼 수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들이 다층적이기 때문에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결이 많이 바뀔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버전으로 해보면서 고민해봤다”며 “어느 캐릭터를 살릴지, 어느 캐릭터 위주로 갈지, 아니면 전체를 살릴지 고민했다. 전작(‘검은 사제들’)이 대략 60여 신이었는데, 이 영화는 거의 120여 신 이상이었다. 중심을 잡는 게 어려워서 후반 작업이 길어졌던 거 같다”고 올 2월 개봉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장재현 감독은 ‘인도에서 온 말리’(2009)와 ‘버스’(2010)의 각본 및 연출, ‘특수본’(2011)과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연출부 생활을 거쳤다. 2017년에 개봉한 ‘시간위의 집’(2017) 각본을 맡기도 했는데, ‘사바하’가 흥행에 성공한 ‘검은 사제들’(2015) 이후 4년 만의 신작으로 주목 받고 있다.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 구마 사제라는 소재를 장르물로 탄생시켰던 장재현 감독이 ‘사바하’에서 사슴동산이라는 가상의 신흥 종교를 소재로 삼아 지금껏 본 적 없는 또 하나의 오컬트물을 완성했다.
장 감독은 “전작이었던 ‘검은 사제들’이 저의 가장 큰 경쟁작이다(웃음), 신작을 보시고 실망할 관객들도 계시겠지만 자기 복제를 하고 싶지 않았다”며 “제가 영화를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고 아직은 영화를 배우고, (장르를)확장해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 계속 알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차기작에서 비슷한 소재로 이어가고 싶지 않다. 종교를 소재로만 쓰지 않고, 저는 (모태 기독교인으로서)종교적인 입장에서 인간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다“는 방향성을 전했다.
‘사바하'에서 이정재는 신흥 종교를 쫓는 박목사로 분해 신에 대한 반항심부터 왠지 모르게 사기꾼 같은 면모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의문의 인물들과 사건을 접할수록 점점 혼란에 빠지는 얼굴을 그리며, 캐릭터의 깊은 내면까지 놓치지 않았다.
한편 30대 믿고보는 배우로 떠오른 박정민은 ‘사바하’에서 또 한 번 변신을 꾀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과 낮게 깔린 음성, 탈색한 헤어스타일까지 기존에 보지 못했던 미스터리하고 다크한 모습을 보여준 것. 자신만의 색깔로 나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정재와 박정민뿐만 아니라 이재인, 정진영, 진선규, 이다윗 등 실력파 배우들이 만나 ‘사바하’만의 강렬한 미스터리를 더욱 밀도 있게 만들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