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영화감독 장재현이 신작 ‘사바하’의 장르에 대해 “종교 영화는 아니고 오컬트적 요소를 가진 미스터리 범죄 영화”라고 규정했다.
장재현 감독은 18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달 20일 개봉을 앞둔 신작 ‘사바하’(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외유내강, 공동제작 필름케이)에 대해 이 같은 장르 규정을 내리며 흥행에 성공한 전작 ‘검은 사제들’(2015)을 답습해 또 다시 종교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종교문제연구소 박목사(이정재 분)가 정비공 나한(박정민 분)과 쌍둥이 동생 금화(이재인 분)를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영화이다. 기독교와 불교, 무속신앙 등 현존하는 종교들의 특징을 더해 신흥종교 ‘사슴동산’을 창조해낸 오컬트 영화이기도 하다.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물로도 볼 수 있기에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영화가 탄생한 셈이다.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도 그렇고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자료 조사를 많이 했다. 하다 보니 기독교, 무속신앙, 불교 등에 영화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그런 것들을 기반으로 해서 가상 종교 ‘사슴동산'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아기 동산’과는 다르다”며 “사슴동산은 한문으로 풀이하면 ‘녹양원’이다. 녹양원이라는 곳이 인도에도 실제 존재하는 곳이다. 석가모니가 처음으로 제자들을 데리고 성불을 했다는 리얼리티를 가져왔다. 제자들이 경전을 공부하는 모습도 있다. 실제를 기반으로 했지만 제가 상상한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모태 기독교인 장재현 감독은 “제가 교회를 다녀서 성경책을 읽다 보면 마태복음에서 나오는 예수의 탄생 얘기가 가장 영화적이다. 간혹 잔혹하기도 하다. ‘언젠간 한 번 영화로 이야기 해야겠다' 싶었다"며 “‘사바하’는 기독교적인 이야기와 결합해서 불교를 베이스로 잡았다. 중심은 성경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만들 때 제가 갖고 있던 게 섞였다”고 영화를 기획하고 서사 및 캐릭터를 구축한 과정을 밝혔다.
이에 ‘무교인들이 보면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말에 “시나리오가 조금 어려웠다. 배우들도 보고 호불호가 갈리더라. 근데 재미있게, 속된 말로 ‘덕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좋아한다. 단순한 걸 좋아하면 난해하다는 평가를 내릴수도 있다”며 “저의 선택지는 불친절하지만 빠르게 가느냐, 친절하게 설명하며 천천히 가느냐 였다. 저는 개연성에 집착하는 스타일이라서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을 해주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사바하’는 열린 결말은 아니다. (관객분들이)만약 기회가 닿아서 2번을 보시게 되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통해 인물에 대한 감정이 한층 깊게 잡혀서 이해가 풍부해질 것 같다. ’N차’ 관람을 노리는 건 아니다(웃음)"라고 말했다.

전작 ‘검은 사제들’(2015)에서 구마 사제라는 소재를 장르물로 탄생시켰던 장재현 감독이 ‘사바하’에서 사슴동산이라는 가상의 신흥 종교를 내세워 지금껏 본 적 없는 또 하나의 오컬트물을 완성했다. 장재현 감독은 ‘인도에서 온 말리’(2009)와 ‘버스’(2010)의 각본 및 연출, ‘특수본’(2011)과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연출부 생활을 거쳤다. 2017년에 개봉한 ‘시간위의 집’(2017) 각본을 맡기도 했는데, ‘사바하’가 흥행에 성공한 ‘검은 사제들’(2015) 이후 4년 만의 신작으로 주목 받고 있다.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영화의 킬링 포인트는 예측이 안 되는 결말이다. 저는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흥행이 되는)패셔너블한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저도 한 명의 관객으로서, 결말이 궁금한 영화를 찾게 되더라. 제가 ‘사바하’의 첫 번째 관객으로서 예측이 안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저만의 기준인데)그게 가장 관객으로서 상업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검은 사제들’이 저의 가장 큰 경쟁작인데, 아직 차기작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장르와 소재를 답습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경계했다.

‘사바하'에서 이정재는 신흥 종교를 쫓는 박목사로 분해 신에 대한 반항심부터 왠지 모르게 사기꾼 같은 면모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정비공 나한으로 분한 박정민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과 낮게 깔린 음성, 탈색한 헤어스타일까지 기존에 보지 못했던 미스터리하고 다크한 모습을 보여줬다.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 이후 오컬트 장르 드라마 및 영화가 많이 나왔다’는 말에 “제가 이 장르를 국내에 개척했다는 생각은 안 한다. 그 전에도 있긴 했다. 외국에서는 많다. 제가 영화를 잘 만들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라며 “가장 현실적인 베이스를 깔기 위해 노력했다. 퇴마영화라고 하면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는데, 저는 현실적으로 만들어서 관객들이 (‘검은 사제들’을) 좋아해주신 거 같다"고 분석했다.
'사바하'를 만드는 데 '검은 사제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장 감독은 "전작을 보면서 관객들의 반응을 체크했는데 ‘사람들이 이런 것에 대한 요구가 있구나’ 싶었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들이 좋아할 만한 부분을 파악했다. 그 영화 때문에 저에 대한 신뢰가 생겨서 (‘사바하'도) 할 수 있었던 거 같다”고 전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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