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18, 발렌시아)이 유럽 무대 데뷔전을 가졌다. 짧은 시간에도 준수한 활약을 보였지만, 다시 한 번 감독과 상성 문제가 나타났다.
이강인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에 위치한 메스타야에서 열린 셀틱과의 2018 - 2019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 홈경기에서 후반 31분 교체로 투입되어 활약했다.
정식 계약 이후 6경기 만에 출전한 이강인은 오른쪽 풀백인 다니엘 바스를 대신해 투입됐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를 보던 페란 토레스가 풀백으로 가고, 이강인은 측면 미드필더에 배치됐다.

이강인은 투입 직후부터 번뜩이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어울리지 않은 윙 포지션에서 부지런히 뛰며 날카로운 패스를 찌르며 기회를 만들었다.
이강인은 후반 38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했다. 분전하던 그는 후반 추가시간 날카로운 헤더 슈팅으로 골을 노렸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결국 이강인은 유럽무대 데뷔전서 짧은 시간만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경기장을 떠났다. 그의 개인 경기력은 만족스러웠지만, 다시 한번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과의 궁합 문제가 여실히 나타났다.
이날도 토랄 감독은 자신의 플랜 A인 4-4-2로 경기에 나섰다. 산티 미나 - 루벤 소브리노가 투톱에 배치됐고, 곤살로 게데스 - 토레스가 양 측면 미드필더로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토랄 감독의 4-4-2는 이날도 수비에서 보여주는 안정감과 달리 공격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나타냈다. 한 명이 빠진 셀틱을 상대로도 빈공을 이어갔다.

원인은 공격 전개의 부재였다. 발렌시아는 경기 내내 중원에 배치된 다니엘 파레호의 패스를 제외하고는 경기 내내 단순한 측면 공략 이후 크로스에 초점을 맞췄다.
단조로운 패턴은 쉽게 봉쇄됐다. 실제로 발렌시아는 리그 최소 실점 2위(20실점, 1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17실점)나 득점력 역시 뒤에서 3위(24골, 최다 득점 FC 바르셀로나 61골)에 그치고 있다.
이강인 역시 주 포지션인 2선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측면 미드필더로 나와 제 기량을 완전히 보여주지는 못했다. 테크닉은 빛났으나 그의 느린 속도라는 약점이 극대화 됐다.
토랄 감독의 4-4-2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측면 압박이 요구된다. 하지만 느린 스피드에 뛰어난 테크닉을 가진 이강인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다.
경기 후 토랄 감독은 "이강인은 경기에 뛸 자격이 충분하다. 그가 주전 경쟁에서 이긴다면, 출전할 것이다. 공정하게 평가할 것. 토레스도 이 과정을 걸쳐 기회를 잡았다. 이것은 어린 선수가 겪는 과정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토레스-이강인의 유스 선배인 카를로스 솔레르도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을 오가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윙어 스타일의 토레스와 달리 이강인은 마르셀리노 체제에선 설 자리가 더욱더 좁을 수 밖에 없다.
셀틱전서 이강인은 빛나는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토랄 감독의 플랜 A인 4-4-2 포메이션과 불협화음도 보여줬다. 그의 미래를 향한 빛과 어둠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유럽 무대 데뷔전이었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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