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할머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뛴다!”
미국대학농구에 태극기를 팔에 새기고 뛰는 선수가 있어서 화제다. 주인공은 애리조나대 2학년인 아이라 리(21)다. 한국계 혼혈선수로 알려진 리는 미국대학농구 디비전1 PAC-12 컨퍼런스의 명문팀 애리조나대에서 핵심 식스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OSEN은 지난 2016년 고등학생 신분이었던 리를 미국에서 만나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했다. 고교시절 리는 ESPN이 선정한 100대 유망주로 소개되며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캘리포니아, 오레건 등 여러 명문대들이 그에게 장학금을 제시했다. 리는 고심 끝에 고향인 애리조나주에 있는 와일드캐츠를 선택했다.

애리조나대는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홈구장 맥케일 센터에서 치러진 ‘2018-2019시즌 PAC-12 컨퍼런스’ 정규시즌에서 캘리포니아대에 76-51로 승리를 거뒀다. 식스맨으로 출전한 리는 분위기를 바꾸는 덩크슛 두 방을 포함해 6점, 4리바운드로 승리에 일조했다.

애리조나대의 협조로 경기 후 리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리는 3년 만에 만난 기자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았다. 팔에 태극기를 새긴 이유를 물었다. 리는 “나는 내가 한국계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 그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팔에 태극기를 새겼다. 우리 할머니는 한국인이다. 어머니는 12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오셨다”고 설명했다.
리의 몸에는 한글로 ‘겸손한 전사’라는 문신도 있다. 또한 그는 할머니의 이름인 ‘양순님’을 문신으로 몸에 새겼다. 이유가 궁금했다. 리는 “양순님은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이름이다. 우리 할머니와 내가 모두 호랑이 띠다. 그래서 호랑이 문신을 새겼다”며 사연을 소개했다.
안타까운 소식도 있다. 리의 할머니는 지난해 8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자신을 길러준 할머니의 죽음은 리에게 큰 충격을 줬다. 결국 리는 만취해 음주운전을 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경찰에 체포된 그는 애리조나대로부터 출전금지 징계를 받았다.
리는 “우리 할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내 인생의 전부였던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슬픔을 잊고 싶어서 술을 마셨고, 운전대를 잡았다. 내 인생 최악의 실수였다. 뼈저리게 후회했다. 지금은 징계를 받고 돌아왔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아이라 리는 ‘이범근’이라는 한국이름을 갖고 있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리에게 미역국과 콩나물 무침 등 한국음식을 해줬다고 한다. 덕분에 리는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할머니의 나라 한국에도 강한 애정이 생겼다. 그는 농구공을 잡은 뒤 자연스럽게 한국대표팀에서 뛰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소원이기도 하다.
미국시민인 리는 원칙적으로 한국대표팀에서 뛸 수 없다. 라건아처럼 특별귀화를 해야 하지만 대학생신분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리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리는 “3년 전과 마찬가지로 기회가 된다면 여전히 한국대표팀에서 뛰고 싶다. 가장 큰 꿈은 NBA진출이지만, 한국프로농구에서도 뛰고 싶다”며 태극기 문신을 어루만졌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투산(미국)=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