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캠톡] 짜증나는 잦은 비에도 삼성의 ‘은근 미소’ 이유는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9.02.25 06: 02

일본 오키나와는 어제도 비요, 오늘도 비다. 예년과 다르게 올해는 오키나와에 유독 비가 많이 내려 이곳에서 전지훈련 중인 한국야구팀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비싼 돈을 들여서 왔는데 비 때문에 훈련도 제대로 못하고 일본팀들과의 평가전 등도 취소돼 실전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런 와중에 오롯이 전용 훈련구장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은 분위기가 다르다. 비로 연습경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실내구장을 갖추고 있어 비가 와도 웬만한 훈련은 정상대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는 삼성 구단 한관계자는 다른 팀들이 비와 추운 날씨에 고전하고 있다는 말에 “우리도 연습경기가 취소되는 등 제대로 훈련을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면서도 잦은 비를 크게 원망하지는 않는 눈치다. 겉으로 표현은 안하지만 ‘적(타구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팀들이 쉬고 있을 때 삼성은 훈련을 할 수 있으니까. 프로야구라는 전체판에서는 동업자이지만 1등만이 대우받는 냉엄한 승부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남보다 더 좋은 여건에서 좋은 훈련을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곳(온나손 아카마 구장)에 2000년대 중반부터 시와 함께 실내체육관 등 훈련 시설을 갖추는데에 직접 투자해서 스프링캠프와 가을철 마무리훈련을 여유롭게 갖고 있다. 다른 한국팀들은 일본 구단들이 쓰던 구장들을 빌려서 잠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일본팀이 오면 비워줘야하거나 실내구장이 없어 비가 오면 제대로 훈련을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투수진은 그래도 비를 피할 수 있는 불펜시설이 있어 투구 훈련은 할 수 있지만 야수진은 타격과 수비훈련을 못한다.
상황이 이런 탓에 삼성은 비가 와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원래 오키나와는 비가 많이 오는 곳이다. 이전과 비교해도 많이 오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느긋해했다. 삼성은 비가 내린 24일에도 실내구장 등에서 정상 훈련을 소화한 뒤 다른 날보다는 조금 일찍 훈련을 마치고 휴식을 가졌다.
한편 미국, 호주, 대만 등에서 1차 전지훈련을 가진 뒤 25일부터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와 2차 전지훈련을 갖는 SK, LG, 롯데 등 3개팀도 오키나와에서 비에 젖을까 은근 걱정이다. SK는 훈련장에 실내구장이 있어 비가 와도 삼성처럼 그나마 낫지만 롯데와 LG는 녹록치 않다. LG는 1992년부터 전용으로 활용해오던 이시카와 실내구장이 작년 가을 태풍으로 망가지는 바람에 이시카와 구장을 제대로 이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저 오키나와에 있는 3월초반까지는 날씨가 좋기만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 한국팀들의 피곤한 현주소다. 한국에서 동계훈련을 치를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이 고생을 안해도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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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4일 비가 오는 와중에도 실내구장에서 마음껏 타격훈련하고 있는 삼성 이학주. /민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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