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훈련량 축소에 후유증 걱정된다 [현장의 한일야구차이!](1)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9.02.25 08: 07

지난 24일자로 OSEN이 한일 프로야구팀들간 평가전에서 한국이 첫 승도 올리지 못한 채 완패를 당하고 있는 한 가지 원인(투수진 차이)에 대한 현장 이야기를 전하자 한국에 있던 야구관계자로부터 필자에게 한 통의 휴대폰 문자가 왔다.
문자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우리팀 경기력이 걱정되고 있는데 잘 지적해주었네요. 또 하나 문제가 있어서 문자합니다. 우리가 과거에 간혹 일본에 이기기도 했던 것은 훈련의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비시즌 훈련이 폐지되면서 훈련량 감소가 원인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올림픽에서 야구가 빠지고 경기력은 떨어지고 팬들의 관심은 멀어지고 큰일입니다. 야구계에 따끔한 충고가 필요합니다’라는 내용인 장문의 문자였다.
한마디로 최근 한국프로야구에서 급격하게 줄어든 비시즌 훈련량에 대한 걱정이었다. 2016년부터 한국야구에서 비시즌(비활동기간 12월~1월)에는 훈련금지 준수를 선수협이 결정하면서 선수들의 자율훈련에 맡기게 됐다. 선수들에게도 일정기간 개인적인 재충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일률적인 팀의 단체훈련 대신 전적으로 개인훈련을 갖기로 한 것이다. 선수들의 휴식과 사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기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자율훈련에 익숙치않고 목표의식이 뚜렷치 않은 선수에게는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조치였다. 특히 한국처럼 겨울철 동계훈련 여건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는 저연봉 선수 등에게는 불리한 결정이었다. 이런 기류로 인해 올해부터는 2월 1일 팀전지훈련 스타트가 아닌 1월 15일 자율출발을 허용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토록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필요한 조치로 여겨진다.
한 야구관계자는 “아직도 우리 선수들은 아마추어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율훈련은 그야말로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달려있는 기간이자 기회이다. 프로선수로서 팀에서 짜준 스케줄이나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만큼의 운동만 하고 나면 그만인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하고 남들이 쉴 때 나는 운동한다는 마음가짐을 갖지 않는다면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없다. 저연봉 선수라고 할지라도 돈이 없다는 핑계 대신 2,3백만원 정도는 자신에게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동료들과 뭉쳐서 따뜻한 곳에 가서 자율훈련을 가지며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며 선수들의 대각성을 촉구한다.
이런 면에서 우리 선수들과 일본 선수들의 차이가 결국은 야구 수준 차이로도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일본도 비활동기간은 철저히 준수하며 2월 1일 스프링 캠프를 시작해서 곧바로 실전으로 이어지는 스케줄을 갖고 있다. 비활동기간 선수들은 날씨가 따뜻하고 훈련하기 좋은 지역과 여건을 스스로 찾아 자율훈련에 열중한다. 스스로 목표의식을 갖고 스프링 캠프를 준비하는 것이다. 일본선수들은 스프링 캠프에서도 예전보다는 훨씬 간단하게 팀훈련을 소화하고 개인훈련에 치중한다.
이제는 우리 프로선수들도 일본이나 미국 선수들처럼 비활동기간 동안 자율훈련을 충실히 소화해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저연봉 선수 등은 충실하게 훈련을 갖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전처럼 구단들이 훈련비나 훈련장소를 마련해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라면 구단과는 상관없이 자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자신의 실력과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몸값을 높이고 프로에서 성공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직 한국선수들이 일본선수들에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아직 부족하다는 단적인 증거. 요즘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인 한국 선수단에서 다른 팀 휴식일을 부러워하는 선수들 때문에 다른 팀도 훈련량을 줄였다는 ‘웃픈 이야기’이다.
모구단 관계자는 “요즘은 훈련을 너무 많이 시키면 선수들의 입이 나온다. 특히 다른 팀은 비가 오거나 이틀 연속 쉬는 경우가 생길 때 우리팀만 훈련하고 있으면 대놓고 불평은 하지 않지만 은근히 싫어하는 분위기다”면서 “어느 팀이 예정에 없던 휴식일을 갖는 다는 소식이 우리 선수들에게도 금방 퍼졌다. 요즘은 SNS의 발달로 타팀 근황을 선수들이 바로 안다”면서 “이런 분위기에서 길게 하면 효율성이 떨어져 길게 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물론 무작정 훈련을 많이 시키던 시대는 가고 효율성과 자율성을 중히 여기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요즘이다. 2019시즌 정상을 목표로 저마다 일본과 미국 등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인 한국 프로야구 10개 구단들도 이제는 ‘해뜰때부터 밤늦게까지’ 훈련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대개는 아침 8, 9시에 시작해서 오후 2, 3시에 일과를 마치고 야간에는 선수들의 자율훈련에 맡기고 있다. 연습경기가 있는 날은 오전에 짧게 단체 훈련을 하고 오후 1시께부터 경기를 갖는다.
이처럼 비활동기간을 비롯해 전지훈련 기간 중에도 한국 프로야구선수들의 훈련량은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몇 년전 모구단 노장 감독처럼 지옥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수들 스스로 프로선수로서 확실한 목표의식을 갖고 자율훈련을 철저히 소화하는 것은 필요충분조건이다.
혹자는 최근 일본 전지훈련 중 일본팀들과의 평가전에서 한국팀들이 연전연패하는 현상에 대해 다른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한 베테랑 한국심판은 “아직 우리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에 비해 몸이 안된 상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도 베스트 선수들을 내고 맞붙으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며 다른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인프라, 유망주 숫자, 날씨 등 여러 가지 부족한 여건 속에서도 일본 선수들과 대등해지려면 ‘프로정신’을 스스로 인식하고 갖춰야만 한다. 진정한 프로는 팀이나 주변 여건에 대한 불만이나 불평보다는 그 시간에 자신의 기량을 쌓고 인정받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고 다른 팀의 특별 휴식에 분위기가 어수선해 팀훈련이 조기에 끝날 때도 어떤 선수는 홀로 그라운드에서 비를 맞으며 열심히 묵묵히 뛰며 자신을 채찍하고 단련하기도 했다. 이런 선수가 진정한 프로가 아닐까. 이런 선수들이 많아지면 일본과의 야구 수준차도 빨리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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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화 이글스와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의 평가전 경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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