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 된 미디어 시승행사는 지난 19일 오전이었다. 전날부터 중부지방에 큰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행여 시승행사 일정 변경이 있지 않을까 인피니티코리아에 연락을 했다. “행사는 예정대로 합니다. 사륜구동의 눈길 제어능력을 테스트 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더 올 뉴 QX50’의 실력이 미덥지 못해서가 아니다. 도로라는 게 나 혼자 달리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보 된 큰 눈은 제설차량 관리자의 마음을 달뜨게 했다. 각 지자체가 보유한 제설차량이 총동원 된 듯했다. 시승코스가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호텔을 출발해 청평과 가평 일대를 돌게 돼 있었는데, 경치는 좋지만 와인딩 구간이 많은 도로다. 잠깐 달리는가 싶다간 어느새 시승대열은 제설차의 뒤를 호위하듯 따르고 있었다.
고속도로 구간에서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더 올 뉴 QX50’의 경쾌한 주행감을 맛볼 수 있는 여건은 못 되었다. 다만 ‘더 올 뉴 QX50’이 자랑하는 가변 압축비 터보(VC, Variable Compression 터보)의 재능만큼은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가변 압축비 터보는 피스톤 움직임의 구조를 변경해 압축비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도록 만든 엔진이다. 연소실에서의 폭발로 운동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원리는 일반 내연기관 엔진과 같지만 피스톤의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꿔주는 크랭크축에 멀티링크가 달여 있어 요술을 부리게 한다. 멀티링크에 연결 된 액츄에이터암이 하모닉 드라이브의 조절을 받아 실린더로 올라가는 피스톤의 높이를 달라지게 하는 구조다.
피스톤이 상대적으로 높이 올라가면 압축비가 높아지고, 피스톤의 높이가 낮아지면 압축비가 낮아진다. 압축비의 차이는 디젤엔진과 가솔린 엔진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디젤엔진이 16~23:1의 압축비를, 가솔린 엔진이 7~10:1의 압축비를 보인다.

‘더 올 뉴 QX50’에 장착 된 VC 터보는 압축비가 8:1에서 14:1까지 의도적으로 제어 된다. 14:1의 압축비에서는 디젤엔진의 효율을, 8:1의 압축비에서는 가솔린 엔진의 파워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엔진에서 성질이 다른 두 가지 질감을 낼 수 있다.
‘더 올 뉴 QX50’는 초기 발진과 저속 주행에서 왠지 친숙한 주행감을 준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묵직한 기운이 전해지는 디젤 엔진의 질감이다. “어? 이 차 가솔린 엔진 아니었어?”라는 질문이 무심결에 튀어 나온다.
하지만 ‘더 올 뉴 QX50’의 심장은 분명 가솔린 엔진이다. 가솔린 엔진의 특성은 고속 주행에서 본격화 된다. 이 차는 2.0리터 VC-터보 엔진이 탑재 돼 있다. 제원상 최고 출력 272마력, 최대 토크 38.7kg·m을 낸다.
그런데 VC 터보에는 또 하나의 특성이 숨어 있다. 가변 압축 기능을 넣기 위해 기본적으로 앳킨슨 사이클 엔진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오토 사이클 엔진과 달리 앳킨슨사이클 엔진은 연료 효율은 높지만 구조가 복잡하고, 고속 회전에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더 올 뉴 QX50’의 VC 터보는 어쨌든 2,000cc 배기량 엔진이다. 터보로 272마력을 내기는 하지만 2,000cc 배기량을 쥐어짜내 도달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시원한 주행감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물론 이날은 고속 주행 자체를 할 수 없는 여건이었지만, 짬짬이 호기를 부려봐도 차가 시원스레 응답하지는 않았다.
디젤과 가솔린 엔진의 질감을 동시에 낼 수 있는 VC 터보의 최대 장점은 역시 효율성이다. ‘더 올 뉴 QX50’의 공인 복합연비는 10.3km/l다. 중형 가솔린 SUV가 이 정도 연비를 내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이 엔진은 무게도 가볍다. 엔진 블록과 실린더 헤드를 경량 알루미늄 합금 소재로 만들어 인피니티 3.5리터 VQ V6 엔진 대비 약 18kg이 가볍다. ‘더 올 뉴 QX50’의 높은 연료 효율은 VC 터보의 공으로 돌리는 게 타당해 보인다.
VC 터보에 연결 된 엑스트로닉 무단 변속기도 칭찬받아 마땅해 보였다. 이론적으로는 엔진 압축비 변화에 따라 즉각적인 변속이 이뤄지는 구조라고 한다. 속도가 수준에 달해 순항 환경이 만들어지면 엔진의 압축비가 높아지고, 동시에 기어비도 상승해 연료 효율을 낮춰주는 효과를 낸다.

변속기는 엑스트로닉, 즉 전자식 변속레버(shift-by-wire) 시스템으로 무단변속이지만 기어변속 같은 느낌을 만들어 냈다. 빠르면서도 기어를 바꾸는 듯한 변속감이 전해졌다.

인피니티가 자랑하는 인텔리전트 사륜구동 시스템(AWD)은 눈길 속에서도 시승행사를 강행할 수 있었던 자신감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했다. AWD 드라이브 트레인은 지속적으로 구동력과 휠 스핀을 모니터링하고, 구동력의 최대 50퍼센트를 후륜에 분배할 수 있다. 후륜의 구동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드라이브 트레인이 전륜 구동으로 전환 돼 효율을 극대화 한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할 때는 시스템이 파워를 전달하는 AWD 구동으로 자동 전환해 구동력을 전후륜에 50:50으로 배분한다.

운전의 피로감을 낮춰주는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Intelligent Cruise Control)은 교통 흐름에 따라 엔진 스로틀 반응과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해 앞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준다. 최대 145km/h,까지 가용 가능하며, 완전 정차 기능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 기능은 최상위 트림인 오토그래프 AWD에만 있고, 하위 두 트림에는 일반 크루즈 컨트롤이 달려 있다. 시승행사에 동원 된 차량도 최상위 트림이 아니어서 얼마나 인텔리전트 한 지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하위 두 모델은 5,000만 원이 훌쩍 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인텔리전트' 하지 못한 일반 크루즈 컨트롤로 조작해야 한다. 게다가 전 트림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없다.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없으면 요즘 자동차 업계의 대세가 된 반자율주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

‘더 올 뉴 QX50’은 2.0 VC-터보 에센셜(Essential), 2.0 VC-터보 센서리(Sensory) AWD, 2.0 VC-터보 오토그래프(Autograph) AWD의 3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에센셜이 5,190만 원, 센서리 AWD가 5,830만 원, 오토그래프 AWD가 6,330만 원이다(VAT 포함 및 개소세 인하분 반영).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