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전사’ 아이라 리, 현실적 NBA 진출 가능성은? [미국통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9.02.27 13: 14

태극기 문신을 팔에 새긴 아이라 리(21, 애리조나대)는 과연 NBA 진출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리는 한국인 할머니를 둔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 관심이 집중됐다. 리의 어머니는 12세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리를 낳았다. 리는 미국프로풋볼(NFL) LA 레이더스에서 디펜시브백으로 뛰었던 프로선수출신 아버지 제프 리에게 선천적으로 좋은 체격과 운동능력을 물려받았다. 201cm/106kg의 체격을 가진 리는 농구선수로서 이상적인 신체를 타고났다.
리는 고교시절 ESPN이 선정한 전미 100대 유망주에 선정됐다. 캘리포니아, 오레건 등 많은 농구명문대가 장학금 제의를 했다. 리는 고향인 애리조나대학을 선택했다. 명장 션 밀러가 지휘하는 애리조나대는 미국대학농구 디비전1에서도 손꼽히는 명문이다. 애리조나는 1997년 전설의 명장 루트 올슨이 지휘하던 시절에 NCAA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했다.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과 ‘제독의 파트너’ 션 엘리엇, 마이크 비비 등 수많은 레전드들이 거쳐간 명문교다.

NBA 현역선수 중에는 '2015 파이널 MVP' 안드레 이궈달라, '폴더덩크'의 애런 고든, 지난해 올루키 퍼스트팀의 로리 마카넨, '2018 NBA 드래프트 1순위' 디안드레 에이튼이 애리조나대 출신이다. 리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한국계 선수로 알려진 뉴욕 닉스의 알론조 트리어도 애리조나대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다.
애리조나대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다면 NBA진출은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다. 그렇지만 NBA는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누구나 갈 수 있는 만만한 무대도 아니다. 미국에서만 매년 수 천 명의 유망주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NBA의 문을 통과하는 선수는 고작 60명이다. 그 중에는 해외파 선수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현실적인 가능성은 더욱 희박한 셈이다.
애리조나에서 리는 체이스 지터(3학년 센터, 208cm)의 백업센터로 뛰고 있다. 리의 실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강백호’다. 운동능력은 좋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전혀 요령이 없다. 슈팅은 물론 드리블이나 패스 등 기본기도 떨어지는 편이다. 한국감독들이 소위 말하는 ‘막농구’를 하는 스타일이다. 이미 수비수 2~3명이 둘러싸고 있는 페인트존에 무모하고 쳐들어가 슈팅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
수비도 마찬가지. 리는 사이드스텝이 느리다보니 상대에게 쉬운 돌파를 허용한다. 상대 속임수에 속아 점프했다가 파울을 범하는 사례가 많다. 덕분에 리는 출전시간이 적은 백업센터임에도 파울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무조건 멋있는 블록슛만 노리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맞으면 가끔 멋있는 블록슛이 나오기는 한다. 팬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농구관계자들이 보기에는 좋지 않은 수비다.
애리조나대는 션 밀러 감독이 에이튼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10만 달러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FBI 조사를 받고 있다. 션 밀러 감독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조사는 진행 중이다. NCAA는 애리조나가 유망주들에게 장학금 제의를 할 수 없도록 징계를 내렸다. 애리조나는 유망주 스카우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은 리에게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만큼 팀내 경쟁이 덜해 출장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는 22일 치른 캘리포니아전에서 덩크슛 두 방을 포함해 6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5일 스탠퍼드와 홈경기서는 16점, 5리바운드로 시즌 최다득점을 올렸다. 리의 활약이 더해져 애리조나가 70-54로 이겼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현재 리의 기량으로 NBA진출은 가능성이 없다. 애리조나대 주전들도 NBA에 갈 수 있는 실력자가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애리조나에서도 식스맨에 그치고 있는 리에게 NBA는 너무 현실성이 없다. 올 시즌 리는 6.4점, 4.2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리가 NBA를 노리기 위해서는 3,4학년에 엄청난 기량발전을 보여줘야 한다. 슈팅머커니즘에 큰 문제가 있는 리가 갑자기 슛이 좋아질리도 만무하다. 
기자와 만난 리는 “가장 큰 목표는 역시 NBA 도전이다. 12살 때부터 함께 운동을 했던 에이튼이 NBA에 가면서 큰 동기부여가 됐다. 한국프로농구에서 뛰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답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피닉스(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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