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구도로 변한 '당구 프로화', 생각해봐야 할 3가지 쟁점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9.02.28 09: 36

당구계가 '프로화'를 놓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프로당구'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방식을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당구추진위원회(이하 프로추진위)와 브라보앤뉴는 지난 21일 'PBA(Pro Billiards Association)투어'의 출범을 알렸다. 오는 6월 첫 대회를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열리는 대회일정과 함께 상금규모까지 발표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자 당장 선수수급을 해야 하는데 세계캐롬연맹(UMB)가 반대하고 나섰다.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PBA 투어 출범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산하기관인 한국당구연맹(KBF)도 전체적으로 UMB와 뜻을 함께 하는 모양새다. 선수는 빠지고 단체들간의 이권 다툼 형태가 되는 분위기다.

제재는 필요한가
가장 큰 쟁점은 '제재'다. PBA 투어 출범 소식이 전해지자 UMB는 "PBA 투어에 참가하는 선수는 UMB 주최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는 지난 27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9 대한당구연맹 신년하례회 및 시상식'에 참석한 파룩 엘 바르키 UMB 회장이 직접 언급하면서 더욱 확실해졌다.
이에 브라보앤뉴측은 "순서가 뒤바뀐 처사"라며 "제재방침 이전에 협의가 먼저"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UMB가 당구발전의 의무를 저버리고 상호간 상생의 길을 모색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프로를 염원하는 많은 당구인들과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처사임을 강조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PBA 투어 출범에 대한 UMB의 반응 역시 같다는 점이다. UMB는 프로의 당구화라는 커다란 명분을 전면에 내세워 반드시 거쳤어야 할 상호 사전협의를 무시한 것에 대해 브라보앤뉴측에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임을 강조했다. 결국 UMB측은 사전협의가 없는 대회에 대한 규정에 따라 PBA 투어에 1번 참가한 선수는 향후 1년 동안 UMB와 그 산하기관 주최 대회를 뛸 수가 없게 된다.
파룩 회장은 "UMB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어떤 단체, 회사, 개인도 참가가 가능하다. 최상위기관으로서 존중과 규칙을 따라줘야 하는 것이 스포츠 운영이다. 그래야 같이 격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UMB 아래 협의가 우선된다면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 일단 추후 협의 여지는 남겨뒀다.
톱 랭커들 얼마나 이동할까
프로당구는 선수뿐 아니라 모든 당구인의 염원이다. 하지만 PBA 투어 성공 여부는 선수수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톱 랭커들이 얼마나 참가하는가가 투어 성공에 관건이 될 수 있다. 당장 프레드릭 쿠드롱은 PBA 투어 진출을, 딕 야스퍼스는 잔류를 선언하며 갈렸다. 
PBA 투어는 구체적으로 총 128명의 프로선수를 선발해 종전과 다른 세트제 방식의 토너먼트로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존 톱 랭커가 합류하지 못하면 투어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회 상금을 받는 선수는 사실상 톱랭커 몇 명에게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UMB 역시 톱 랭커들의 유출이 커질 경우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PBA 투어는 선수를 개별적으로 접촉, 섭외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행직, 에디 멕스 등 대부분의 톱 랭커들은 선뜻 PBA 투어로 이동을 선언하지 않고 고민하고 있다. 프로는 곧 몸값이란 점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일부 국내 선수들은 "소속팀을 버리고 PBA로 뛰어들 수 있을지, 투어가 계속 지속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나 등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최근 UMB 주최 대회수가 늘어나고 상금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톱 랭커들이 쉽게 마음을 돌리지 못하는 이유다. 파룩 회장은 올해는 200만 달러(약 22억 원) 이상의 상금이 확정됐지만 내년 미국 대회가 본격 열릴 경우 상금규모는 400만 달러(약 45억 원)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오는 3월부터는 스포츠 전문 방송인 '유로스포츠'를 통해 캐롬 종목이 전 세계 85개국 이상에 중계 된다. 방송이 꾸준하게 지속될 경우 후원사 유치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UMB는 반기고 있다. 자신의 명성을 좀더 올리고 싶은 톱 랭커들에게는 상당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대결 논리로 풀어야 하는 문제인가
일부에서는 이번 PBA 투어 출범을 대결 논리로 보고 있다. 3쿠션으로 대변되는 캐롬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한국인 만큼 이번 기회에 자체적으로 새로운 단체를 세우자는 것이다. 굳이 유럽이 주도하는 UMB 논리에 끌려갈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또 UMB-코줌과 KBF-갤럭시아SM, 브라보앤뉴-빌리어즈TV-일부 당구업체의 대결구도로 바라 보기도 한다. 실제 KBF와 빌리어즈TV 중계권 협상이 깨지면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UMB와 브라보앤뉴의 신뢰 문제도 작용하고 있다. 파룩 회장에 따르면 2년 전만 해도 UMB와 브라보앤뉴는 함께 프로당구를 계획했다. 브라보앤뉴가 2017년 8월 UMB에 먼저 접촉, 구체적인 제안에 나서면서 프로당구 출범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그 해 10월 프랑스에 열린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브라보앤뉴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 바람에 고민이 컸다는 것이 파룩 회장의 설명이다. 결국 어려운 시기를 넘어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는 분위기에서 갑자기 프로출범을 선언, UMB와 브라보앤뉴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국가나 이념의 문제로 푸는 것은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과 유럽의 감정 혹은 기싸움이 아니라 기존의 규정과 틀을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좀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당구가 나아가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갈등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KBF측은 일부 UMB의 노선에 대해 완전히 동조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브라보앤뉴 측이 최근 협의를 위해 공문을 보내왔지만 한편으로는 선수들과 개별 접촉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letmeout@osen.co.kr
[사진] 코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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