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의 아카마 구장. LG-삼성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류중일 LG 감독과 김한수 삼성 감독은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류중일 감독에게 아카마 구장은 삼성 시절 익숙한 장소.
류 감독은 삼성 내야수들의 필딩 훈련으로 지켜보며 이학주(유격수 자리)와 김상수(2루수 자리)의 키스톤 콤비를 향한 부러운 눈길이 묻어나왔다. 삼성은 50명이 넘은 선수단이 캠프에 참가하면서 내야수 숫자도 많았다. 내야가 고민인 류 감독은 김 감독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뼈 있는 농담으로 이어졌다.
류 감독= 이학주는 유격수로는 장신이다. 키가 커 보이네.

김 감독= 네. 키가 좀 큰 편이죠.
(기자가 과거 장종훈이 장신 유격수였지 않느냐고 하자, 류 감독은 "키가 크면 아무래도 (움직임이 많은) 유격수로 오래 뛰기 힘들다. 결국 장종훈도 나중에 1루수로 갔다"며 "장종훈이 유격수와 1루수로 같이 뛰면서 골든글러브는 유격수로 받으면서 내가 골든글러브를 한 개 못 받았다"는 에피소드를 꺼냈다)
류 감독= (이학주의) 송구는 어떻노. 발도 빠르다며?
김 감독= 네, 어깨는 좋아요. 발은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에요. 어릴 때는 빨랐나 보더라구요.
류 감독= 아 그런가. 유격수는 학주가 상수보다 낫나?
김 감독= 여기 연습경기에서는 둘이 번갈아 가면서 보고 있습니다. 시범경기 들어가서 결정해야 할 것 같네요.
류 감독= (부러운 듯이) 내야가 꽉 차 보이네. 너네 내야수들도 많네.
김 감독= 학주 한 명 들어온 것이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류 감독= 남는 내야수 없나. 있으면 우리 팀으로 보내도. 하하.
김 감독= (잠시 고민하는 척) 손주인 다시 데려가실래요? (3루 파울라인에 서 있는 선수들 중 손주인을 불렀다) 손주인, 손주인 이리 와 봐라.
손주인=(류중일 감독을 보자 인사, 그런데 왜 날 불렀지 라는 어리둥절한 표정) ......
김 감독= 주인아, 너 다시 LG 갈래?
류 감독=(손주인의 붙잡고 끌어 안으며) 우리 팀 다시 가자.
손주인= (뭐라 말도 못하고 난처한 표정으로, 몸을 뒤로 빼며) ......
류 감독= 나랑 같이 가자.
삼성 코칭스태프= (재미있는 구경에 다들 한마디 거들며) 주인아, 가면 그냥은 못 간다고 해라.
한편 이날 연습경기에서 LG의 고민인 2루와 3루 내야수는 좋은 활약을 했다. 3루수 주전 경쟁에서 가장 먼저 연습경기 출장 기회를 잡은 김재율은 7번타자로 나서 첫 타석에서 좌선상 2루타를 치는 등 2타수 1안타 2볼넷 2득점을 기록했다. 3루 수비에서도 6회 1사 3루에서 김동엽의 선상을 빠져나가는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내 3루 주자의 홈 대시를 막고, 1루로 던져 아웃시키는 호수비를 펼쳤다. 2루수 정주현은 2타수 2안타(2루타 1개) 2타점 1득점으로 수훈 선수가 됐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의 칭찬이 이어졌다. /orange@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일본)=한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