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수표까지 등장했었다.
일본 타블로이드 신문 '석간 후지'는 지난 1일 메이저리그가 경기 시간 단축의 일환으로 첨단 기기를 동원한 사인 훔치기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전하면서 일본야구의 사인 훔치기 흑역사도 함께 소환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일본구단들은 사인훔치기 경쟁을 벌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프로야구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는 에지리 요시후미 기자는 석간후지의 칼럼을 통해 1971년 당시 일본야구는 사인 훔치기의 전성시대였다고 회고했다. 특히 퍼시픽리그 구단들은 원정구장에 도착하면 모니터와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는지 더그아웃을 샅샅이 수색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사인 훔치기를 자행했다고 고백했다. 구단 관계자를 관중으로 위장해 외야석에 배치해 쌍안경으로 사인 훔치기를 했다는 당사자의 고백이 있었다는 것. 사인을 훔친 뒤 이를 해독해 무선기기를 통해 벤치에 전달하는 고전적인 수법이었다.
타자에게 전기신호를 보내는 기상천외한 방법도 소개했다. 벤치에서는 양쪽 허벅지에 특수기계를 붙인 타자에게 전류를 흘려 왼발은 변화구, 오른발이면 직구라는 신호를 전달한 구단도 있었다는 것이다. 모두 상대 포수의 사인을 훔친 이후 즉석 분석을 통해 보내는 신호였다.
극성을 부리는 사인 훔치기를 막기 위해 급기야 난수표도 등장했다. 4~5줄 숫자 표를 무작위로 만들어 투수들의 글러브에 붙였다. 포수의 첫 사인 손가락 수를 세로, 다음에 내는 숫자를 가로로 가로질러 교차하는 숫자를 확인하고 해당 구종을 투구하는 방식이다. 이를 확인하는 시간이 많이 걸려 금지를 당하는 등 웃지못할 사연이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전신 다이에 시절에서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해 사인훔치기를 하려다 현지 언론에 발각되어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신문은 NPB 총재가 제 3자 조사위원회를 발족하자 다이에 구단 수뇌가 자리에서 물러나 수습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