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의 LG 캠프. 임찬규가 불펜 피칭을 하는 것을 류중일 감독, 최일언 투수코치가 지켜보고 있었다. 최 코치는 임찬규의 옆에서, 류 감독은 타석 쪽에서 임찬규의 공을 봤다. 피칭을 하던 임찬규는 류중일 감독에게 ‘가상의 타자 역할’을 부탁했다.
임찬규- 감독님, 타석에 들어서 주시면 제구가 더 잘 될 거 같습니다. (불펜 피칭 때 보통 훈련 보조 요원들이 타석에 들어서는 편이다)
류 감독- 그래? 그럼 들어가야지.
임찬규- 그런데 혹시 맞을 지도 모릅니다(웃음).
류 감독- 뭐? 맞히면 큰일난다. 아니다. 찬규, 니 제구력 좋아지는데 도움이 된다면 내가 맞아도 된다.
(이전에 한용덕 한화 감독이 투수들 제구에 도움되라며 타석에 들어서 공에 몇 번 맞은 경험이 있다. 이번 캠프에선 김성훈의 포크볼이 손에서 빠져서 머리에 맞을 뻔 하기도 했다)

류중일 감독이 타석에 서서 공을 지켜보고, 임찬규는 바깥쪽 직구, 체인지업 등을 던졌다. 이제 몸쪽으로 던지기 직전.
임찬규- 감독님, 타석에 좀 더 붙어 서주시면 안될까요. (타자를 생각하고) 몸쪽 공을 던지려구요.
류 감독- 잉, 잠깐만. 그럼 뭐 하나 들고 있어야지(포수 미트를 왼손에 끼고 타석에 바짝 붙어 섰다. 몸으로 날아올 경우 미트로 잡아내기 위한 대비책)
최 코치- 2스트라이크 노볼이라 생각하고 던져봐라.
임찬규- (포수와 사인을 주고 받은 뒤) 으샤.
류 감독- 깡, 홈런이다. (제구가 아쉬운 듯이) 2스트라이크 노볼에서 이런 공을 던지면 어짜노.
10개 정도 공을 타석에서 지켜본 류 감독은 공 하나하나에 “이건 코스가 좋다” 등 한 마디씩 건넸다. 임찬규의 공에 맞는 불상사는 아쉽게도(?) 일어나지 않았다.
류 감독- (타석에서 나온 뒤 취재진을 보고) 찬규, 공에 맞을까 걱정했네. 하하.
취재진- (느린 변화구에) 살짝 하나 맞아야 그림이 되는데요(웃음).
류 감독- 하하, 그런가.
/orange@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일본)=한용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