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내야수 강승호는(25)는 올해 ‘염갈량’으로 불리는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이 구상하는 내야의 중요 플랜에 포함돼 있다. 염 감독은 올 시즌 강승호를 2루와 3루, 유격수 등 모든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내야 멀티 자원’으로 점찍었다.
3루수 최정의 자리는 확고한 가운데 최항, 나주환, 김성현, 박승욱, 신인 김창평까지. 많은 내야 자원들 가운데 강승호는 염경엽 감독의 선택을 받은 셈이다. 강승호에게 멀티 내야수 자리를 맡기면서 그의 타격 능력과 운동 능력 등 강승호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십분 활용하기 위한 선택이다. 강승호가 멀티 내야수로 안착할 경우, 주전 내야수, 특히 최정의 체력 안배까지도 가능해지는 구상이다.
2루와 3루가 주 포지션이었지만, 이제는 유격수까지 소화해야 하는 진정한 멀티 자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기에 올해 플로리다 1차 스프링캠프부터 타격보다는 수비 훈련에 더 집중을 해야 했다. 그는 “올해 캠프에서는 미리 멀티 자원으로 준비를 해야 했다. 2루와, 3루, 유격수 포지션 모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다르고, 움직임도 다르다”면서 “올해는 시즌 준비 뿐만 아니라 경기 전 준비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비가 약점이라는 평가를 지워내고 진정한 멀티 자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현역 시절 내야수 출신이었던 염경엽 감독과 손지환 수비 코치, 여기에 이미 멀티 내야수로 시즌을 치르고 있는 나주환의 경험을 고스란히 전수받으려고 한다. 그는 “감독님께서는 언제나 기본기를 강조하신다. 내야 안타를 줘도 되니 완벽하게 잡고 던지는 것을 중시하라고 말씀해주신다”면서 “손지환 코치님, 그리고 나주환 선배님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멀티 내야수로 정착해 가는 과정을 전했다.
지난해 LG와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면서 선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정체될 수 있는 선수 커리어에 혈을 뚫어줬다. 그는 “지난해에도 말했지만 트레이드는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에너지 넘치는 팀에서 믿음을 주셔서 잘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트레이드를 다시 한 번 되돌아봤다.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뒤 우승까지 했으니, 그 짜릿함은 더 했고, 자신의 커리어에 큰 자산이 됐다.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봤고, 우승까지 했다. 그래서 우승의 여운이 다른 선수들보다 더 오래 갔던 것 같다. 그 여운을 갖고 스프링캠프까지 왔다”고 말했다. 우승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자 강승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여러 포지션을 오가는 부담이 선수를 짓누를 수 있다. 여기에 SK에서 시작하는 첫 풀타임 시즌. 부담이 자신을 짓누를 수 있지만, 그는 “그냥 부담을 갖지 않고, 하던대로만 하려고 한다. 무엇인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잔 실수를 줄이고 차분하게 수비를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내야 멀티 자원의 임무를 받은 강승호는 예년 시즌보다 출장기회가 늘어날 전망. 믿음에 보답하고 자신의 역량을 과시하기 위한 기준점이자 목표를 밝혔다. 그는 “당초에 실책을 10개 미만으로 하자는 목표를 잡았는데, 힘들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서 15개 미만으로 목표를 다시 잡았다”면서 “그리고 타격에서는 당초, 개인적인 목표는 없었는데, 지금은 꾸준히 출장 기회를 받으면서 100안타를 때려보고 싶다”는 목표를 말했다. /jhrae@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일본)=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