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캐치볼 파트너’ 조성훈, 김광현-손혁 코치 관심 받고 ‘쑥쑥’ [오키나와 스토리]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03.04 13: 06

지난 3일 SK 와이번스의 2차 스프링캠프 훈련 장소인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 
이날 SK는 KIA와 킨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연습경기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쏟아진 폭우와 열악해진 그라운드 사정으로 인해 경기가 취소됐다. 대신, SK는 구시카와돔에서 실내 훈련을 진행했고, 투수들은 불펜 피칭을 실시했다. 투수들의 경우, 박희수, 산체스, 이원준 등이 불펜 피칭을 가졌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불펜을 떠나지 않고 공을 던지고 있던 투수가 있었으니, 지난 2018년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지명된 우완 투수 조성훈(20)이었다. 
손혁 코치와 최상덕 코치를 비롯해, 다른 투수들도 조성훈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기 위해 모여 있었는데, 그 중에는 당초 KIA전 선발로 예고됐던 김광현도 있었다. 이날 조성훈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채 불펜에서 74개의 공을 전력으로 뿌렸다. 150km를 상회하는 묵직한 속구를 갖고 있는 그의 공이 절묘하게 로케이션이 되면 손혁 코치와 김광현은 뒤에서 탄성을 내지르며 ‘리액션’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광현이 이날 불펜에서 조성훈의 투구를 지켜본 것은 손혁 코치의 특별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MVP로 뽑히며 잠재력을 인정 받은 조성훈은 이번 스프링캠프 김광현의 캐치볼 파트너이기도 하다. 캐치볼을 함께 하면서 몇 마디 조언을 듣는 것만으로도 성장에 자양분이 됐을 터. 여기에 손혁 투수코치는 경기가 취소되면서 ’비번’이 된 김광현을 불러서 조성훈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게끔 했다. 손혁 코치는 “(김)광현이가 오늘 등판이 취소되면서 시간이 남게 됐다. 불러서 (조)성훈이에게 슬라이더 등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이날 김광현 앞에서 열린 조성훈의 쇼케이스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조성훈이 그동안 구사하지 않았던 커브를 던지자 손혁 코치는 “왜 그동안 던지지 않았어!”라며 용기를 북돋워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는 ‘캐치볼 파트너’로 조성훈의 구질을 잘 알고 있는 김광현이 건넨 말 한마디가 있었다. 김광현은 “코치님이 ‘성훈이는 속구와 슬라이더만 던진다’고 말씀하셔서 제가 ‘성훈이 커브도 좋던데요?’라고 말씀을 드렸고 던지게 해봤더니 역시 좋았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자신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조성훈에게 전수하면서 “워낙 능력이 좋은 어린 투수다. 조금 설명을 했는데 금방 잘 따라 왔다”고 말하며 자신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하지만 손혁 코치는 “아무래도 광현이가 뒤에서 보고 있으니 성훈이도 좀 더 의욕이 생겨서 더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면서 “광현이가 말 한마디만 툭툭 던지는 것 같지만, 가르쳐줄 때는 세심하게 잘 가르쳐준다. 투수 코치를 해도 될 것 같다”면서 김광현의 ‘츤데레’ 기질을 취재진에 귀띔하기도 했다.
팀의 에이스인 김광현, 그리고 손혁 투수코치의 ‘특별 관심’을 받고 있는 조성훈이다. 다만, 아직 ‘미완의 대기’이고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은 투수인만큼 2차 오키나와 캠프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실전 연습경기 위주로 진행되는 2차 캠프에서 조성훈이 기회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럼에도’ 1군 코칭스태프는 조성훈을 2차 스프링캠프까지 데리고 와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제시했다. 손혁 코치는 “사실 성훈이가 2차 캠프 실전 경기에 던질 일은 없다. 하지만 플로리다 1차 캠프에서 성장하는 게 눈에 보였다”면서 “그래서 구단에 얘기해 1군에서 좀 더 훈련을 시키고 다듬어서 다시 퓨처스 팀으로 보낼 생각으로 데려왔다”며 조성훈이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에 대한 기대치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불펜 피칭에서 다소 많은 공을 던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손혁 코치는 조성훈을 잠재적인 선발 후보로까지 거론했다. 지금 이 시기 잘 다듬어서 투수가 필요한 위급한 시기, 그리고 먼 미래까지 동시에 챙길 생각이다. 그는 “투수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선발진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면서 “조성훈도 5선발 후보로서 선발진이 무너지거나, 다른 투수들의 휴식이 필요할 때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하며 조성훈의 중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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