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왜 안 좋아하지?” 어색했던 KB스타즈 첫 우승 순간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9.03.04 05: 42

“불만인 것이 왜 이렇게 안 좋아하나 했어요.” (박지수) “해봤어야 알지.”(강아정)
KB스타즈는 3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WKBL)’ KEB하나은행과의 맞대결에서 71-65로 승리했다. KB스타즈는 남은 두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KB스타즈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건 역대 세 번째. 이전은 2002년 겨울리그, 2006년 여름리그로 단일리그 시행(2007~2008년) 이후로는 첫 정규리그 우승이다.

우여곡절 끝에 맞이한 우승. KB스타즈의 선수들은 의외로 덤덤하게 우승의 순간을 맞이했다. 안덕수 감독을 비롯해 대부분의 선수가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크게 환호하거나 격렬한 세리머니도 없었다.
경기를 마치고 박지수는 “불만인 것이 다들 우승한 뒤 안 좋아하는 것 같았다. 다들 그냥 ‘아 이제 끝났구나’ 하는 모습이었다”라고 입술을 삐죽거렸다. 이에 주장 강아정은 “(우승을) 해봤어야 알지 않겠냐”라며 웃으며 맞받아쳤다.
표현이 서툴렀지만, 기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직 챔피언결정전이 남아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KB스타즈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지만, 우리은행에 가로막혀 준우승에 그쳤다.
강아정은 “우승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직 챔프전이 남아있다. 우승이 확정됐다고는 하지만, 두 경기가 남아 있다”라며 “한 경기 끝나면 다음 경기 준비하고 또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그랬던 것이 시즌 내내 이어오다보니 선수들도 거기에 맞춰진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어 KEB하나은행에서 KB스타즈로 이적한 염윤아도 남다른 우승 소회를 전했다. 공교롭게도 우승을 확정지은 상대가 지난해 동료였다.
염윤아는 “경기를 앞두고 (신)지현이가 전투라고 하더라. 저쪽도 4위를 해야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우리도 홈인 청주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라며 “마음을 다 잡고 왔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이상했다. (KEB하나은행) 애들이 다 축하한다고 해줘서 고마웠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KEB하나은행 이환우 감독은 “우리 팀에서 뛰었던 쏜튼과 염윤아가 초반부터 잘해서 서운하기도 했다. 그래도 우승을 축하한다”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3년 전인 2016년 KB스타즈 감독으로 취임해 지도자로 첫 우승을 달성한 안덕수 감독도 우승에 대한 마음을 전했다. 안덕수 감독이 우승을 경험한 것은 1996년 규슈산업대 4학년 시절로 23년 만이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지도자로 우승한 경험이 없어서 기분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우승’이라는 단어를 어색해하기도 했다.
스스로도 궁금했던 우승의 순간. 안덕수 감독 눈물 대신 미소를 지었다. 안 감독은 덤덤했던 선수들의 반응에 대해 “꿈인가 생시인가 생각이 들어서 그럴 수 있다. 그러다 한 발짝 물러나면 또 울음을 터트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들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안덕수 감독은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고맙다. 좋은 분들과 있기 때문에 덕을 많이 본 것 같다”라며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bellstop@osen.co.kr
[사진]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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