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이 왕관을 앞두고 자멸하고 있다. 위르겐 클롭 감독마저 흔들리고 있다.
리버풀은 4일 새벽(한국 시간) 머지사이드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2018-2019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에버턴과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무승부로 승점 1 추가에 그친 리버풀은 승점 70점(21승 7무 1패)로 1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71점)을 제치는데 실패하며 1위에 머물러야만 했다. 반면 에버튼은 승점 37점(10승 7무 12패)으로 10위를 지키게 됐다.

1월 4일까지 맨시티에 승점 7점이 앞섰던 리버풀은 맞대결 패배 이후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버튼 두 라이벌과 경기에서 모두 득점 없이 0-0 무승부로 그치며 맨시티에 선두를 내줬다.
리버풀은 시즌 초만 해도 '마누라' 사디오 마네 - 로베르트 피르미누 - 모하메드 살라의 공격진과 버질 반 다이크-알리송이 지키는 수비진의 조화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우승 경쟁이 치열해지며 경기력이 점점 나빠졌다.
사상 첫 EPL 우승이라는 왕관의 무게에 흔들리기라도 한듯 리버풀은 클롭 감독 특유의 게겐프레싱과 헤비 메탈 공격 축구가 모두 사라진 투박한 축구로 자멸하고 있다.
왕관의 무게에 흔들리고 있는 것은 선수 뿐만 아니라 클롭 감독도 마찬가지다. 연이은 고전에 클롭 감독마저 평정심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에버튼전이 끝나고 난 후 클롭 감독은 "다양한 이유로 힘든 경기였다. 변명인 것은 아는데, 바람이 사방에서 세게 불었다. 공중에서 공을 잡는 것도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클롭 감독은 신경질적인 반응도 보였다. 공격적인 교체가 부족했다는 질문에 그는 "축구 경기는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표정이 상기된 클롭 감독은 "질문이 진지한가? 경기는 게임이 아니다. 골이 필요하다고 공격수 숫자를 늘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실망스럽다. 위험을 감수하자고 선수들에게 직접 말을 전해야 하는가? 아마 우리가 이기고 싶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나오는 질문인가 보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평소 클롭 감독의 인터뷰 스타일과 달리 강하게 반발한 것은 결국 우승 경쟁의 주도권을 맨시티에 내준 심리적 불안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조세 무리뉴 전 맨유 감독은 '비인스포츠'와 인터뷰서 "이제 리버풀보다 맨시티가 앞선다. 그들은 자력 우승 가능성을 열었지만, 리버풀은 통제력을 잃었다. 이러한 심리적 요소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왕관의 무게를 못이겨 생긴 심리적 불안이 리버풀 선수들과 클롭 감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제 리버풀은 다시 맨시티를 추격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선두를 내주자 클롭 감독은 다시 '추격자'로 돌아가자고 선수들과 각오를 다졌다. 그는 "3월 초정상에 오르는 것은 의미 없다"며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았다. 선두를 추격하면 된다"고 각오를 다졌다.
추격자로 돌아온 리버풀이 부담감을 이겨내고 다시 한 번 왕관을 쓸 자격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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