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왕에서 양XX, 다시 명예회복’ 차명석 단장의 천당과 지옥 [오키나와 리포트]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9.03.06 07: 02

 5일 밤, 일본 오키나와의 LG 트윈스 선수단 숙소 근처에서 만난 차명석 LG 단장은 반쯤 얼이 빠진 듯 했다. 이날 낮에 LG의 훈련장인 이시카와 구장에서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극과극이었다. 낮에 김민성 영입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해도 얼굴에는 웃음기가 넘쳤다. 
차명석 단장은 “낮에는 협상왕, 약속왕 소리를 듣다가 갑자기 쓰레기, 양아치로 비난받았다. 나 좀 위로해 줘요”라고 한숨을 쏟아냈다.
차명석 단장을 비롯해 LG 구단은 5일 하루 동안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냈다. LG는 이날 오전 10시 FA 김민성의 '사인&트레이드'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LG와 키움은 김민성의 현금 트레이드에 합의했고, KBO가 면밀한 심사 끝에 5일 오전에 현금 트레이드를 승인하면서 LG의 김민성 영입은 완료됐다. 키움은 김민성과 3년 FA 계약(총액 18억 원)을 맺고는 LG로부터 현금 5억 원을 받고 김민성을 트레이드하는 것에 합의했다. LG의 고민거리인 3루수 보강에 성공, 시즌을 앞두고 희망의 분위기가 더해졌다. 큰 지출 없이 김민성을 영입한 차 단장은 LG팬들로부터 '협상왕', '약속왕'으로 칭찬받았다.  
그런데 이날 오후 모 매체에서 김민성측에서 트레이드 머니 5억원을 부담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이로 인해 LG 구단은 폭풍 속에 휘말렸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파장이 올 수 있는 내용이었다.  KBO는 2019시즌부터 FA를 포함한 모든 KBO리그 선수는 구단과 계약시 계약금과 연봉에 해당되지 않는 특약에 따른 보수를 의무적으로 계약서에 기재해 제출하도록 했다. KBO는 이면계약 금지 규정 위반 시 구단에게 다음 연도 1차 지명권 박탈, 제재금 10억원 부과 징계를 내린다. 또 해당 선수에게는 1년간 참가활동정지의 제재를 내린다. 
징계와 별도로 가뜩이나 최근 캠프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연이어 터진 LG 구단의 존폐 위기까지 불러 올 수 있는 사안. 차명석 단장부터 홍보팀 직원들은 쏟아지는 언론의 전화에 일일이 ‘사실무근’을 설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키움과 김민성측에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LG 구단은 순식간에 온갖 비난에 직면했다. 
LG는 이날 저녁 사장, 단장, 홍보팀장, 운영팀장이 모여 긴급회의를 갖고 적극적인 반박 대책을 논의했다. 격론 끝에 앞서 양 구단 실무자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차 단장은 "쏟아지는 연락에 전화기만 계속 붙들고 있느라 뒷목에 뻣뻣하다"며 "곧 셋째가 태어나는데 (단장직을) 짤리게 생겼다"고 한숨 쉬었다. 차 단장은 해설위원 시절에 회사 지침으로 개인 SNS를 개설했다. 지금은 잘 운영하지 않는데, 그는 "한 팬이 오후에 내 SNS에 온갖 욕설과 비난의 글을 올렸더라. 구단에서 사실 관계를 바로 잡은 후에는 그 팬이 다시 죄송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더라"고 짧은 시간 동안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마음고생을 드러냈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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