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한 촬영, 장소 무허가, 스태프 부상. 부적절한 관행과 그로 인한 폐해가 한국 방송계에서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 시즌2: 죄와 벌'도 마찬가지였다.
6일 오전 인천시 중구 운남동 모처에서 KBS2 월화드라마 '동네 변호사 조들호 시즌2: 죄와 벌'(이하 '조들호'2) 촬영 도중 사고가 발생했다. 극 중 교통사고 장면을 촬영하던 중 차량이 카메라 스태프들 쪽으로 돌진한 것. 이 사고로 스태프 5명이 다쳐 부상을 입었고 촬영이 잠시 중단됐다.
드라마 관계자에 따르면 부상을 입은 스태프 5명은 현장에 대기 중이던 구급차를 타고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그나마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았고 응급 치료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촬영도 다시 재개됐다. 그러나 스태프 부상과 별개로 해당 촬영이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서 촬영된 게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교통사고 장면의 특성상 도로를 점유한 채 촬영해야 했으나,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

'조들호2' 관계자는 "관할 구청에 촬영 허가를 문의한 결과 행정 절차상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들었다"며 "그 전에 촬영할 경우 민원에 의한 경고와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고지 받았다. 급박한 일정으로 인해 완벽하게 허가받지 못한 상황이지만 후속 조치를 감내하더라도 최대한 인근 지역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촬영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방송사와 제작 관계자들은 앞다퉈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믿기 어려운 형국이다. 1분 1초가 급박한 촬영 스케줄에 맞춰 안전과 절차가 생략되기 일쑤기 때문.
사고가 난 문제의 장면 역시 방송 일정에 맞추기 위해 급박하게 촬영됐다. 해당 장면은 극 중 이자경(고현정 분)과 한민(문수빈 분)이 탄 차량이 트럭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관계자는 "방송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필요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을 기다렸다간 방송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후속 행정 처분을 고지 받고도 촬영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한시가 급한 현장에서 결과물 이외의 것은 자연히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방송 펑크를 막기 위해 허가받지 못한 장소에서 촬영한 '조들호2'가 단적인 예다. 이처럼 급박했던 현장에서 스태프는 물론 출연자들의 안전을 위한 최선의 장치가 준비됐을지도 의문을 남겼다. 다행히 구급차가 상주했고, 스태프들은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다면 더욱 좋을 사고였다.
무엇보다 방송 초반부터 다양한 잡음과 구설수에 시달렸던 '조들호2'이기에 이번 사고가 더욱 아쉽다. 배우 고현정이 전작인 '리턴'에서 하차 논란을 빚은 것부터 잡음이 나왔고, 첫 방송 후 주연 배우 박신양과 제작진의 불화설로 인해 한상우 PD의 교체설이 대두됐다.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이 나왔으나 의혹은 계속 됐다.
더욱이 지난 1월 말에는 박신양의 긴급 허리디스크 수술로 인해 방송이 2주간 결방됐고, 그가 복귀한 뒤 2월 극 중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하던 배우 변희봉, 조달환, 이미도가 갑작스레 하차했다. 이를 두고 제작진은 "자연스러운 퇴장"이라고 설명했으나 배우들의 소속사는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라며 당혹감을 표했다.
심지어 '조들호2' 투입 작가만 5명이라며 작가 교체설이 대두됐다. 실제 '조들호2'는 드라마 중 이례적으로 담당 작가를 표기하지 않고 있어 의문을 더했다.

방송 내내 소란스러운 사건들이 계속되는 상황. 이는 각 사건의 잘잘못을 떠나 '조들호2'의 촬영 환경이 결코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불완전한 조건 속에 감행되는 촬영은 긴장감과 위험을 수반할 수밖에 없었다. '조들호2'의 스태프 사고와 무허가 촬영이 유독 큰 비판을 사는 이유다.
역설적이게도 '조들호2'는 잘 나가는 검사 조들호가 검찰 비리와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응징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과연 드라마가 징벌해야 할 사회 부조리는 작품 안에만 있는 것일까. 촬영 현장에서의 부조리를 먼저 발견하지 못한 드라마에 아쉬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monamie@osen.co.kr
[사진] KBS 2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