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근우(37)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면서 글러브를 3종류(1루수 미트, 2루수 내야, 외야 글러브)를 챙겨왔다. 그러나 캠프 첫 훈련 때 잠깐 1루에 섰을 뿐, 대부분 드넓은 외야를 달리며 타구를 잡아냈다. ‘허슬 2루수’의 대명사였던 그는 이제 ‘중견수 정근우’로 변신한다.
젊은 선수도 아닌 30대 후반의 나이에 외야수 전향이 쉽지는 않을 터.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난 정근우(37)를 향해 ‘야구 센스가 대단하다’고 말하자, 외야 수비 훈련과 배팅 등으로 땀범벅이 된 그는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1루 수비는 거의 안 시켜주더라. 외야 수비로 아직까지 타구 판단이 조금 어렵다”고 했다.
정근우는 지난해 2루수로 303이닝, 1루수로 262이닝을 출장했다. 외야로는 중견수로 2이닝, 좌익수로 8이닝 수비를 경험했다. 2루에서 실책이 잦자 잠시 외야를 경험한 뒤 시즌 중반부터 주로 1루수로 출장했다. 수비 포지션 변경에도 그는 지난해 타율 3할4리(375타수 114안타) 11홈런 57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는 본격적인 중견수로 전향한다. 한용덕 감독은 정근우에 대해 “좌익수 자리는 다소 버벅거린다. 그쪽은 생각 안 하고 중견수 훈련을 집중해서 시키고 있다. 지금까지는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좌익수와 우익수 방향으로 잘 맞은 외야 타구는 좌측, 우측으로 휘어 나가기에 오히려 한가운데 수비가 가장 부담이 적을 수 있다.
한 감독은 “연습경기에서 무리수 없이 중견수 수비를 하고 있고, 양쪽 사이드에서 도와주면 된다. 호잉과 이용규가 정근우의 수비 범위를 커버해 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연습경기에서 좌익수 이용규-중견수 정근우-우익수 호잉을 계속 가동했다.
지난 4일 SK와의 연습경기는 강풍이 불어와 흙바람이 날릴 정도였다. 뜬공 타구를 따라가 잡기 까다로운 날씨였다. 이날 정근우는 두 차례 뜬공 타구를 잘 잡아냈다. 2회 최항의 뜬공, 3회 최정의 뜬공을 잡아냈다. 그리곤 4회 대수비 장진혁과 교체돼 쉬었다.
경기 후 한용덕 감독은 “오늘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정근우의 중견수 수비를 신경쓰면서 봤는데, 바람에 관계없이 매우 좋은 수비를 해서 올 시즌 중견수로 매우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위업을 이끈 김경문 감독이 다시 대표팀 사령탑으로 임명됐다. 오는 11월에 열리는 프리미어12 대회를 준비한다. 베이징올림픽에 주전 2루수로 활약한 정근우에게 ‘올해 잘해서 김경문 감독과 다시 대표팀에서 만나면 좋겠다’라고 말하자, 그는 “중견수로 잘하는 후배들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웃으며 말했다.
베테랑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팀의 운영 방향을 따르는 정근우가 올 시즌 외야에서 보여줄 활약이 기대된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