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이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올 시즌 박병호는 ‘파격 변신’을 할 예정이다. KBO리그 최초 2년 연속 50홈런,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그는 미국에 진출했다가 3년 만에 복귀한 뒤 홈런 2위(43홈런)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자신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인 만큼, 박병호의 타순하면 ‘4번타자’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올 시즌 박병호는 이보다 두 자리 앞인 2번타자로 나설 예정이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박병호가 4번타자에서 3번타자로 갈 경우 20타석을, 2번타자로 이동하면 40타석 정도를 더 들어설 수 있게 된다. 40타석이면 10경기 정도 더 나서는 효과”라며 ‘강타자’ 박병호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팀 내 상징과 같은 4번타자 자리를 내놓는 만큼, 아쉬움과 미련이 남을 법도 했지만, 박병호는 장정석 감독에 대한 신뢰로 결정을 존중했다.
박병호는 “전지 훈련 초반에 말씀 해주셨다. 감독님께서도 생각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다. 수석코치님과 많은 상의를 하시고 나에게 말씀해주셨다”라며 “당연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타순은 감독님께서 결정하시는 부분이고, 또 팀에 좋은 방향을 찾으시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순에 연연하지 않고 나서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매년 4번타자를 해왔지만, 4번타자 자리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또 처음에 이 팀에 왔을 때 4번타자로 시작했는데, 그 때 무게감을 많이 느꼈다면, 그 이후에는 없었던 것 같다”라며 “감독님께서 2번타자 자리를 이야기하셨을 때 부담없이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2번타자로 자리를 옮겼을 경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체력적인 부담이다. 많은 타석에 들어설 뿐더러 타석 준비도 빨리 해야한다. 박병호는 “확실히 타순이 빨리 돌아오기는 한다. 스프링캠프 마지막 경기에서 2번타자로 나섰는데, 5회에 점수가 안났는데도 세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라며 “감독님께서도 체력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맞게 관리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체력 관리는 알아서 잘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박병호는 김재환(두산, 44홈런)에 홈런 1개 부족한 홈런 2위를 기록했다. 부상으로 113경기 출장에 그쳤던 만큼, 홈런 페이스만큼은 1위였다. 올 시즌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런 홈런 페이스가 유지된 가운데 2번타자로 나서면서 추가로 늘어난 타석 이점을 누리며 홈런왕 타이틀을 가지고 오는 것이다.
박병호는 “아무래도 기회가 많아지면 홈런을 칠 수 확률도 높아지겠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타순 변화에 대해서 거부감은 없지만, 책임감은 생겼다”라며 “더 많은 기회가 오고,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서기 때문에 오히려 4번타자보다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밝혔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