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롤챔스] '입 롤'의 실현, '어나더레벨' 그리핀의 한계는 어디일까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9.03.11 11: 55

"묵찌빠로 비유하면 상대는 묵, 우리는 찌를 낸 상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핀은 그리스 신화 속에 존재하는 영물이다.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가지면서 사자의 몸통과 다리를 가진 그리핀은 LCK에서도 자신들의 남다른 존재감을 끊임없이 재확인 시켜주고 있다.
대중들이 짜릿하게 기대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 소위 '입 롤'이 그리핀에게서 또 한 번 나왔다. 역시 '어나더레벨'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그리핀의 색깔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지난 10일 샌드박스와 롤챔스 2라운드 경기 승리 이후 김대호 그리핀 감독은 거친 숨을 몰아치면서 쉽지 않았던 경기의 승리 소감을 전했다. 경기를 2-0 으로 승리했지만 1세트를 돌아보면 김대호 감독의 기쁨을 자연스럽게 알 수 밖에 없다. 
경기 후 OSEN과 만난 김대호 감독은 "한 마디로 대단한 경기였고, 멋진 승리였다. 1세트의 경우  굉장히 어려운 경기였다. 묵찌빠로 비유하면 상대는 묵, 우리는 찌를 낸 상황이었다. 갈리오를 서포터가 아닌 미드로 돌리는 과정에서 밴픽이 어렵게 가면서 조합 밸런스가 무너진 상황이었다. 우리 조합에서 확실한 연계기가 없어 경기를 풀어나가기 용이치 않았다"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선수들의 '입 롤'을 실현하면서 이기는 길만 계속 극적으로 선택한 대단한 경기였다. 우리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흡족한 웃음과 함께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일반적으로 조합을 살펴보면 AD 챔피언이나 AP 챔피언들이 일방적으로 몰리는 선택은 거의 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상대 조합을 고려해서 균형잡은 선택을 해야 상대도 우리의 조합을 의식해 경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샌드박스전 1세트는 김대호 감독의 말처럼  밴픽 단계부터 그리핀에게 쉽지 않았다. 상대가 이렐리아-조이-녹턴을 첫 번째 밴페이지에서 금지한 이후 그리핀은 르블랑 칼리스타 리신을 금지시킨 후 갈리오-루시안-브라움을 가져왔다. 샌드박스의 선택은 제이스-드레이븐-쓰레쉬 였다. 
우선 첫 밴 페이즈에서 녹턴 리신 등 강제로 붙어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정글 카드들이 빠진 상황에서 두 번째 밴 페이즈에서도 정글 밴이 계속됐다. 샌드박스는 자르반4세를 금지시켰고, 그리핀은 올라프를 걷어내면서 선택할 수 있는 정글 챔피언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결국 두 번째 픽 페이즈에서 샌드박스는 아지르 렉사이로 조합을 완성시켰고, 그리핀은 나르와 탈리야를 선택하는 상황이 됐다.
김대호 감독은 "조합을 살펴보면 갈리오가 있었지만 서포터가 아닌 미드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AP가 부족한 상황이 됐다. 신짜오 바이 등 챔피언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조합 밸런스를 고려해 탈리야를 마지막 픽으로 선택했다. 이렇게 되면서 경기의 난이도가 올라갔다"면서 "정말 선수들이 '입 롤'을 보여주면서 이긴 승리라 더 기분 좋은 승리였다. 남은 경기들도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라고 선수단 전체에 대한 칭찬과 함께 경기의 어려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했다. 
그리핀을 지켜보는 전문가들은 종종 '그리핀이 셀프 카운터를 맞는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가 있다. 조합의 상성이나, 라인전 단계에서의 유불리를 고려하기 보다는 그들만의 색깔을 극대화하는 조합으로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그리핀에 대한 놀라움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어떤 챔피언을 잡아도, 찰떡 같이 소화해내는 그리핀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그들의 남다른 실력에 절로 감탄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이런 팀을 지켜본다는 자체가 우리에게는 행운이 아닐까. '어나더레벨' 그리핀의 한계가 다시 한 번 궁금해진다. / scrapper@osen.co.kr
[사진] 세 번째 이미지, 네이버 기록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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