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순 이동 박병호.. KBO & MLB '최강 2번' 사례는? [오!쎈 테마]
OSEN 허행운 기자
발행 2019.03.12 08: 02

[OSEN=허행운 인턴기자] KBO 대표 홈런타자 박병호(32)가 ‘강한 2번 타자’로의 변신을 준비한다
키움 히어로즈의 장정석 감독은 다가올 KBO리그 2019 시즌에서 팀의 4번타자 박병호를 2번으로 기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병호는 역대 최초 2년 연속 50홈런 이상, 4년 연속 (2012~2015) 홈런 1위를 차지했던 리그 최고의 홈런타자이자 4번타자다. 그렇기에 장정석 감독의 ‘박병호 2번 기용’은 파격적인 결단이다.
전통적으로 타선을 구성할 때는 출루율이 높고 발이 빠른 선수를 1번에 놓고 작전 수행히 능한 선수를 2번에 기용했다. 클린업 트리오에게 더 많은 타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고전적인 틀에서 벗어나 타점 생산 능력이 뛰어나고 장타력을 갖춘 선수를 2번 자리에 넣는 것이 ‘강한 2번 타자’의 핵심이다.

KBO리그에서 ‘강한 2번’의 최초 사례는 1994년 LG 트윈스의 이광환 감독이 김재현을 2번에 기용한 것이 꼽힌다. 이전에도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팀 상황에 따라 거포 타자를 가끔 2번에 배치한 경우는 있었다. 시즌 내내 홈런 능력을 갖춘 2번타자는 김재현이 첫 사례였다. 당시 고졸 신인이었던 김재현은 2번타자로 21홈런 80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홈런 3위, 타점 2위의 기록이다. 그의 활약 덕택에 LG는 1994년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많은 팀들이 ‘강한 2번 타자’를 시도했다. 가장 최근에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역시 2018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SK 와이번스다. SK의 ‘강한 2번’은 한동민이었다. 그는 정규시즌에서 2번 타자로만 403타석을 소화해 32홈런, 93타점(전체 41홈런, 115타점)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모두 2번타자로 선발 출장했고, 6차전 결승 홈런 포함 2홈런 4타점을 올렸다. 
‘강한 2번 타자’의 진짜 상징은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 있다. 바로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27)이 그 주인공. 트라웃은 지난 시즌 140경기에서 타율 3할1푼2리, 39홈런, 79타점의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2번 타자로 84경기에 출장해 23홈런 48타점을 기록했다. 커리어 전체로 확대하면 통산 1065경기 중 2번 타자로만 516경기에 출장해 123홈런 322타점, 타율 3할3리를 기록했다. 트라웃뿐만 아니라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 토론토에서 활약했던 2015시즌의 조시 도날드슨 등이 ‘강한 2번’의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볼티모어서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매니 마차도도 2번 기용이 점쳐지고 있다.
과연 박병호가 앞서 제시된 KBO, MLB 사례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강한 2번’에 대해 단순히 장타력과 타점 능력을 갖춘 선수가 2번에 배치된다고 해서 타선 전체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전력이 두텁기 때문에 강한 타자들을 전진배치 시키다보니 2번까지 내려간 것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작년 SK의 경우도 한동민을 제외하고 로맥(43홈런), 최정(35홈런), 김동엽(27홈런) 등의 홈런타자들이 한동민과 함께 했다. 트라웃 또한 저스틴 업튼(30홈런)과 오타니 쇼헤이(22홈런)가 그를 도왔다. 저지에겐 그를 제외하고도 5명의 동료가 24홈런 이상을 쳐냈고 도널드슨도 마찬가지였다. 
키움(前 넥센)은 어떨까. 작년 박병호는 43홈런을 기록했지만 그를 제외하면 김하성(20홈런)과 초이스(17홈런) 정도뿐이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시즌 중간에 초이스를 대신해 영입한 제리 샌즈가 25경기 만에 12홈런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분명한 점은 박병호가 2번으로 이동했을 때, 클린업 트리오에서 박병호가 빠진 만큼 무게를 실어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정석 감독은 샌즈에게 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박병호의 타순 조정을 통해 그에게 더 많은 타격 기회를 얻는다. 2번에서 정상적으로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키움은 분명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키움에게는 개막 초반부터 박병호가 2번 타순 적응 여부가 최대 관전포인트이다. 장정석 감독의 ‘강한 2번’ 선택이 묘수일지, 아니면 무리수 일지도 알게 될 것이다.  /luck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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