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의 볼매 축구(볼수록 매력 있는 축구)가 K리그에 이어 아시아 무대도 강타하며 흥행과 성적을 모두 잡았다.
대구는 지난 12일 밤 DGB대구은행파크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F조 조별리그 2차전 홈 경기서 전반 에드가의 2골과 김대원의 1골 1도움 활약에 힘입어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3-1로 완파했다. 이로써 대구는 멜버른 빅토리전 원정승에 이어 조별리그 2연승을 거뒀다. 16강 진출에도 청신호를 켰다. 2경기 만에 승점 6을 확보한 대구는 광저우(승점 3)를 따돌리고 선두에 등극했다.
대구는 내용 면에서도 중국 거함 광저우를 압도했다. 슈팅(유효슈팅)수는 19-5(8-2)로 월등히 많았다. 크로스 정확성 35.3%-18.8%, 태클 성공률 66.7%-57.1%, 가로채기 9-6, 코너킥 8-2 등 주요 지표도 거의 앞섰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서 이겼다. 대구의 지난해 선수단 총 연봉은 43억 원으로 K리그1 12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광저우는 중국 슈퍼리그의 대표적인 큰 손으로 꼽힌다. 모기업인 헝다 그룹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바르셀로나서 활약했던 브라질 대표 출신 미드필더 파울리뉴를 올 겨울 5000만 유로(약 637억 원)의 거액을 주고 데려왔다.
몸값은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대구가 자랑하는 공격 삼각편대 에드가-김대원-세징야는 거액 연봉을 받는 광저우 외인을 앞에서 펄펄 날았다. 셋 모두 군계일학의 기량을 뽐냈다. 에드가는 2골을 터트리며 시즌 개막 후 4경기(5골) 연속골을 이어갔다. 세징야도 4경기(5도움) 연속 도움을 올렸다. 김대원은 제주전 골에 이어 2경기(2골 1도움)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대구의 ACL 첫 참가였기에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얕은 스쿼드에 체력적인 문제도 걱정됐다. 기우였다. 대구는 ACL 단골손님 멜버른과 중국 명가 광저우를 잇따라 3-1로 완파했다. 힘겨운 호주 원정과 중국 거함을 상대로 거둔 역사적인 2연승이다. 대구는 K리그 1승 1무를 포함해 올 시즌 개막 후 4경기(3승 1무) 연속 무패를 이어갔다. 지난 시즌까지 범위를 넓히면 2018년 10월 인천전 패배 이후 13경기(10승 3무)째 패배가 없다.
새 집에서의 출발도 화려하다. 대구는 지난 2003년 창단된 처음으로 축구전용경기장을 새 둥지로 맞이했다. 대구스타디움(과거 대구월드컵경기장) 시대를 마감하고 대구시민운동장을 리모델링해 DGB대구은행파크(애칭 포레스트 아레나)를 지었다. 지난 2017년 여름부터 시공에 들어가 1년 7개월여 끝에 올해 1월 새 집을 장만했다. 총공사비 515억 원을 들였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전용구장의 가장 큰 특징은 관중 친화성이다. 설계단계부터 최적의 시야각을 고려했다. 그라운드서 관중석까지 거리는 단 7m에 불과하다. 관람석은 바닥 전체를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었다. 발을 구르면 큰 소리가 나 원정팀을 주눅들게 만드는 응원전이 가능하다. 세트피스 때 대구 팬들이 외치는 “쿵쿵 골!” 함성은 어느새 DGB대구은행파크서만 볼 수 있는 이색 응원이 됐다. K리그 역사상 최초로 네이밍 라이츠(명명권) 시대도 열었다. 대구은행으로부터 3년 동안 연간 15억 원을 받는다.

대구는 지난 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1 2019 2라운드서 역사적인 개장 경기를 가져 2-0 완승을 거뒀다. 1만 2172명의 팬들이 만석을 이루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 썼다. 광저우전에도 원정 일부석을 제외하고 1만 1064명이 들어차며 사실상 2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광저우는 원정에 앞서 1500장의 티켓을 선 구매했다. 대구는 광저우의 추가 구매 요청에 따라 원정 일부석을 판매하지 않았다.
도시민구단의 롤모델로 거듭난 대구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가득하다. 새 안방서 2연속 매진 사례에 ACL과 K리그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구의 '볼매 축구'다./dolyng@osen.co.kr

[사진] 대구=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