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절박하게 더 욕심내고, 악착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12일 서울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남・녀부 각 3개팀이 출사표를 던지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여자부팀은 흥국생명, 한국도로공사, GS칼텍스. 이 중 GS칼텍스는 2013-2014시즌 이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다른 팀들에 비해 포스트시즌 경험이 적다. 또한 차상현 감독은 세 팀 사령탑 중 유일하게 감독으로 포스트시즌 경험이 처음이다.

차상현 감독에게 '동갑내기 30년지기' 김종민 감독은 다소 독특한 포스트시즌에 대한 조언을 했다. 도로공사는 플레이오프에서 GS칼텍스와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두고 다퉈야하는 입장이다. 보통의 경우 자신의 팀을 생각해 "살살해달라" 혹은 "너무 힘 빼지 마라" 등의 이야기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날 김종민 감독은 "절박하게, 승리에 욕심을 내고, 악착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승부욕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남겼다.
이유는 있었다. 30년지기의 두 감독은 이날 미디어데이 본 행사를 앞두고 웃음꽃을 피우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포스트시즌 각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차상현 감독은 "시즌 초반 도로공사를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선수들에게 많이 강조했는데 그때마다 졌다"라며 "오히려 의식하고 집착하면 경기가 생각대로 안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편안하게 즐기자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 이야기를 들은 김종민 감독은 "집착해서 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두 '절친'의 불꽃튀는 입담대결은 계속됐다. 지난 6라운드 막바지 GS칼텍스는 IBK기업은행과 치열한 3위 자리 다툼을 벌였다. 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IBK기업은행이 전승을 거둔다면, GS칼텍스는 봄배구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된다. 공교롭게도 IBK기업은행의 시즌 마지막 상대가 도로공사였다.
김종민 감독은 "마지막 경기에서 갈리게 되면 차상현 감독을 놀려주려고 했다. 그런데 KGC인삼공사가 IBK기업은행을 이겼다"라며 "차상현 감독이 ‘마지막 경기에 주전을 넣으라’고 하더라. 그런데 만약 우리 순위가 결정된 상황에서 IBK기업은행을 마지막에 만났다면 우리도 포스트시즌 준비를 해야하는 입장인 만큼, 공과 사를 구별하려고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두 감독은 어린 시절 첫 인상을 떠올리기도 했다. 김종민 감독은 "나는 축구를 하다가 늦게 배구를 시작했다. 그 때 차상현 감독을 만났는데, 키고 크고 지금과 모습도 비슷해서 기억이 난다"고 놀렸다. 이에 차상현 감독도 "그 때는 내가 배구를 한참 잘 할 때 였다. 공도 많이 던져주고 그랬는데, (김종민 감독이) 많이 컸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미디어데이 중간 "쓸데없는 말이 길다"고 타박할 정도로 친함을 과시한 유쾌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지만, 서로를 위한 진심 가득한 속내도 이야기했다. 서로의 장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종민 감독은 "차상현 감독은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고 칭찬했고, 차 감독은 "우승을 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데, 그런 경험이 있다"라며 김종민 감독의 능력을 인정하기도 했다.
깊은 우정을 과시했지만, 둘은 피할 수 없는 외나무승부를 펼치된다. 도로공사와 GS칼텍스는 오는 15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으로 3전 2선승제의 피튀기는 혈전에 들어간다./ bellstop@osen.co.kr
[사진] OSEN, 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