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편할대로 해라”.
13일 대전 한화전 시범경기를 앞둔 3루 두산 덕아웃. 김태형 감독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다 외야수 박건우의 타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박건우는 시범경기 첫 날인 지난 12일 6번타자로 나왔다. 주로 3번 타순을 맡은 박건우에게 다소 어색한 자리처럼 보였다.
김태형 감독은 “박건우와 최주환의 타순을 앞쪽으로 몰아넣을지, 아니면 (4번) 김재환 뒤로 갈지 고민이다. 외국인 타자(페르난데스)가 치는 것도 봐야 한다”며 “박건우를 3번에 넣으려 하는데 본인이 치기 싫다고, 뒤쪽이 편하다고 하는데…”라고 최적의 타순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이때 마침 박건우가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왔다. 김 감독은 “박건우! 너 앞쪽에서 치는 거 싫다며? 타격코치가 그러던데”라고 웃으며 쏘아붙였다. 잠시 당황한 박건우는 “아닙니다. 3번타자에 맞게 만들어놓고 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박건우는 “전 아직 부족합니다. 득점권에서도 잘 못 치고…”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됐고, 넌 내 마음에 3번이야. 득점권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네 편할대로 해라”고 기를 불어넣었다.
박건우는 지난해 125경기 타율 3할2푼6리 159안타 12홈런 84타점으로 활약했다. 좋은 성적이지만 2017년에 비해 떨어졌고, 한국시리즈에서 극심한 부진까지 겪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그 정도 했으면 못 한 게 아니다”며 박건우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waw@osen.co.kr
[사진] 박건우-김태형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