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상업적으로 쓰면 쓰레기"..'악질경찰' 감독, 인터뷰中 눈물(종합)[Oh!커피 한 잔]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3.14 14: 46

'악질경찰'을 연출한 이정범 감독이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였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웨스트19 카페에서는 영화 '악질경찰'의 이정범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
'악질경찰'(감독 이정범, 제공 워너브러더스 픽쳐스,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작 청년필름・다이스필름)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쓰레기같은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 분)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06년 상업영화 데뷔작 '열혈남아'를 내놓은 이정범 감독은 '아저씨'(2010)로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610만 관객을 돌파했고, 대한민국에 '아저씨' 열풍을 일으켰다. 2014년 연출한 '우는 남자'는 흥행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이번 '악질경찰'은 절치부심, 본인이 꼭 하고 싶었던 얘기로 돌아왔다. 
남녀 한 명씩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이들이 사건에 휘말리는 등  전작들과 유사한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주인공의 변화와 각성이 본인뿐 아니라 주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차별점을 보인다.
신작 '악질경찰'은 한국 상업영화에 처음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냈다. 이정범 감독이 단원고에 직접 방문하면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고, 주인공들이 세월호 참사와 연관돼 있다. 조필호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유가족과 인연을 맺은 경찰로 등장하고, 미나의 절친 지원이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 당한 단원고 학생으로 설정돼 있다. 최종적으로 이들의 타깃은 재벌을 향한다.
지난 13일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이정범 감독은 "우리 영화 때문에 누군가 상처를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게 제일 두려웠다. 그 부분을 의식하면서 찍었고, 계속 검열하면서 촬영했다. 진심을 왜곡하거나, '왜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세월호를 소재로 영화를 찍느냐?' 하면 상처를 안 받는다. 이 영화 찍으면서 많이 단단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유가족 분들의 평이 칼 같이 다가올 것 같았다. 유가족들을 위로하려고 찍은 영화인데, 오히려 날 많이 위로해 주셨다. 그래서 영화 편집을 다른 작품보다 2배 이상 했고, 사람들 의견을 2배 이상 들었다. '이건 상처 되지 않나요? 오해 받지 않나요?' 하면서 이 장면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정범 감독은 2015년 단원고에 갔던 기억을 꺼내면서, "단원고등학교에 가보고 싶었다. 영화랑 전혀 상관없이,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드는데, 그냥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가보니, 그냥 한 반의 아이들이 없더라. 교실에 아무도 없고, 책상 위에 꽃이 올려져 있었다. 언론이나 매체에서 얘기하는 건 '300명의 아이들이 잘못됐다'고 했는데, 실제로 본 느낌은 차마 말로 할 수 없다. 너무 굳어버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어느 유가족 부부가 교실에 오셨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교실 청소를 하셨다. 청소를 끝내고, '또 올게' 하시더니, 다음 교실로 이동했다. 난 충격을 받아서 멍 하니 있는데, 부모님은 그 단계를 넘으셨더라. 강해지셨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 아이들한테 해줘야 하는 일이고, 의무였다. 그때 나도 어른으로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고, 관계자 분들을 취재하면서 좀 더 확신이 들었다. 가수라면 노래를 하고, 소설가면, 글을 썼을 것 같다. 상업영화 감독이라서 영화를 만들었다"며 '악질경찰'이 탄생한 배경을 공개했다. 
'악질경찰'은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었고, 투자도 쉽지 않았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이 만류하기도 했다고.
이정범 감독은 "영화를 처음 들어갔을 때, 미나가 가지고 있는 상처에 대해 '교통 사고로 친구를 잃으면 안되나?' 그럼 출연하겠다고 하는 배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건 내 시나리오의 진심을 보지 못한 것 같더라. 미나가 어디에 상처를 받았고, 무슨 절망에 빠져 있고, 그 아픔을 이해 하길 바랐다. 영화가 끝나고 그 진정성이 누구를 가장 위로 하길 원했냐면 살아남은 아이들이었다. 바다에서 친구들을 잃고 살아남을 아이들. 감히 이야기하면 아무도 사과를 안 한다. 그 아이들이 어떤 트라우마를 겪고 살아가는지, 취재를 해서 알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사례까진 말할 수 없다. 사실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있을 때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캐스팅 지연되고 이것저것 사연이 생기고, 내 자신도 검열하면서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또, 감독은 "어른 한 명이 나서서 '너희들한테 미안하다'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개봉하고 나서, 그 친구들이 영화를 보고, 이런 의도로 영화를 찍었다고 생각해 준다면 소임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내 마음은 그렇다. '굳이 세월호가 아니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게 이야기 적으로는 맞다. 나도 그 부분을 신경 썼다. 사람들 뇌리에 잊혀지고 있는 참사가 공론화되길 바랐다. 그러다 보니까 장르적 재미나 플롯의 긴장감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상업적으로 세월호 소재를 사용했다는 비난을 예상했다'는 이정범 감독은 "내가 그런 마음으로 한 게 아니라면, 상처받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잊혀지고 있는 세월호에 대해 그렇게라도 공론화 해준다면 감사할 것 같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소재가 아니었어도 충분히 영화가 될 수 있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질문에 "이건 세월호가 아니어도 풀릴 관점이다, 세월호를 가져와서 이슈화 하는 것 아니냐 하시는데, 다시 한 번 역으로 생각하면 완성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 상업적인 소재로만 가져와서 쓰려고 했다면 난 인간 쓰레기다. 실제로 생존 한 분이 있는데 내가 쓰려고 한 것은 아니다. 나도 나이가 50살에 딸을 키우고 있고, 그 정도 의식도 없었겠나. 그건 아니다"고 답했다. 
이날 이정범 감독은 "안산시에 갔을 때 어떤 분이 유가족 분을 바로 알아보더라. 그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들이 남겨 놓은 옷을 입고 거리를 다녔다고 하더라. 내게 안산은 또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 같다. 큰 상처로 다가온다. 미나가 친구의 옷을 입고 다니는 설정이 등장하는데, 그것도 거기서 나왔다. 어머니 한 분이 딸 아이가 너무 그리워서 옷을 입고 하염없이 걷는다고 하셨다. 그런 부분을 영화에 녹이기도 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려, 인터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정범 감독은 완성된 시나리오를 아내에게 보여준 뒤, '악질경찰'을 마지막으로 영화 감독을 포기할 생각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아내한테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이 영화를 찍고 나서 영화를 못 할 수도 있어'라고 했다, 지금 강의하는 대학교에서도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아내가 하고 싶으면 하라고 하더라. 제작사 대표한테도 '아마 이 영화를 하게 되면 세무조사 들어올 수도 있고, 다음 영화 엎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대표 형이 하자고 했다. 그래서 들어갈 수 있었다. 청년필름 대표님도 하자고 해주셨고, 배급사 워너브러더스에서도 용기를 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악질경찰'은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으로, 오는 20일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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