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잠금 해제 됐습니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가 끝난 뒤 롯데 자이언츠 투수 구승민(29)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홀가분해 보였다.
구승민은 이날 경기 전까지 시범경기 2경기 등판했지만 모두 실점을 기록했다, 실점은 모두 홈런으로 내준 것들이었다. 13일 상동 NC전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에 첫 피홈런을 허용했고 15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무명의 신예 김수환에게 두 번째 홈런을 얻어맞았다. “차라리 시범경기 때 맞은 게 다행이다”며 애써 자신을 위로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쉬움과 답답함이 쌓인 듯한 아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던 구승민이었다.

그러나 17일 대전 한화전은 구승민의 마음 속에 있던 응어리를 단 번에 풀어버리는 계기가 될 듯 하다. 이날 구승민은 1-1로 맞선 7회말 마운드에 올라와 김민하, 노시환, 정은원을 모조리 삼진으로 솎아내며 화끈한 탈삼진 행진을 벌였다. 김민하는 4개, 노시환과 정은원은 모두 3구 삼진이었다. 3탈삼진을 기록하는데 던진 공은 10개에 불과했다.
150km에 육박하는 빠른공으로 윽박지르고, 포크볼과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아가는 등 자신이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으면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3타자를 연속해서 삼진으로 잡아내며 앞선 등판들의 아쉬움을 모두 씻어낸 듯했다. 그는 후련한 듯 “이제 잠금 해제가 됐습니다”고 기자에게 말하며 자신이 본궤도에 들어섰음을 알렸다.
구승민은 지난 시즌 막판 잦은 연투로 인해 비시즌부터 스프링캠프까지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철저한 관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만 가오슝 1차 스프링캠프에 불펜 피칭과 연습경기에서는 팔꿈치에 무리가 생기는 구종인 포크볼을 “던지지 말라”라는 특별 조치까지 받았다. 위닝샷인 포크볼의 실전 감각을 잃어버릴까 걱정을 하기도 했던 그였다.
건강하게 회복 훈련을 마친 뒤 ‘포크볼 금지’라는 족쇄를 풀었고, 한켠에 남아 있던 불안감마저 한화전을 계기로 말끔하게 씻어버렸다.
다시 한 번 건강하게 한 시즌을 치르면서 ’홀드왕’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세운 구승민의 올 시즌 준비는 이제 모두 끝났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