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라는 오명을 얻게 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까.
2017년 4월 3일. 이호준 선수협 회장은 팬서비스 메리트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2017년 12월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선수협은 새 수장을 찾지 못했다.

2017년 12월 선수협 정기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었으나 중책을 맡겠다는 인물이 없었다. 총대를 맬 새 얼굴이 나타나지 않자 김선웅 사무총장 체제로 선수협 업무가 돌아갔다.
지난해 12월 3일 선수협 정기 총회에서 후보 논의가 있었으나 회장 후보로 추대되지 못했다. 당시 김선웅 사무총장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회장 후보를 정하지 못한 구단도 있었고 후보를 정했지만 타 구단 선수들의 반대에 부딪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달 2일 워크숍에서 10개 구단의 핵심 선수 5명씩 총 50명을 모아 다시 한 번 논의할 예정이다. 끝장 토론을 해서라도 결론을 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혹시 했지만 역시였다. 선수협은 1월 2일 워크숍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표류하는 선수협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경찰 야구단 해체, 저연봉 선수 처우 개선 등 야구계 현안 해결을 위해 나서는 경우는 드물었다.
반면 FA 상한제, 승리수당 철폐, 외국인 선수 엔트리 확대 등 자신들의 이해 관계가 얽히는 부분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러다 보니 '귀족 노조'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난 한 야구인은 선수협 회장 선출과 관련해 "(선수협은) 오직 초상권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선수협의 위상이 추락했다는 방증이다.
선수협은 오는 18일 대전에서 이사회를 개최해 신임 회장 후보 10명을 확정짓고 투표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규시즌 개막(23일) 전까지 새로운 수장이 등장할 전망.
서로 힘을 합쳐 장기 대책을 마련해 대응해도 될까 말까한 판에 선장도 없이 표류하는 선수협. 과오가 반복된다면 선배들이 피땀 흘려 일궈온 노력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what@osen.co.kr
[사진]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