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용규(한화)의 트레이드 파문을 보노라면 참 의아하다.
지난 1월 30일 한화와 2+1년간 계약금 2억원, 연봉 4억원, 옵션 연간 4억원 등 최대 26억원의 조건에 FA 계약을 맺은 이용규. 베테랑 선수들에게 유독 박했던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후한 대우를 받은 셈. 그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착실히 소화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예년보다 전력상 가치는 하락했지만 뒷방으로 밀려난 노인 신세는 아니었다. 한용덕 감독 또한 이용규를 9번 좌익수로 활용하겠다고 말해왔다. 이용규가 9번 연결고리를 해준다면 가장 이상적인 타선이 될 것이라고 베테랑의 활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용규는 제대로 뒤통수를 날렸다. 정규시즌 개막을 눈앞에 두고 트레이드를 요청하며 팀 운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완용규'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얻게 됐다. 선수의 트레이드 요청이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시점의 문제다. 한화는 이용규의 트레이드 파문에 격양된 분위기다. 아무리 봐도 이해할 만한 부분이 보이지 않기 때문. 육성군 강등 통보를 받은 이용규의 향후 거취는 내부 회의를 통해 후속 조치를 내릴 전망이다.
이용규의 트레이드가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밑에서 은밀하게 이뤄져야 할 부분이 온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누가 봐도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한화도 골머리를 앓을 수 밖에. 그렇다면 구단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무기한 육성군 배치 또는 자격정지선수 공시가 있다. 이용규에게 귀책 사유가 존재하는 만큼 처분은 가능하다.
이용규는 트레이드 파문 이후 입을 다물고 있다. 예상치 못한 역풍에 비난의 화살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용규가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카드를 꺼내지 않는 이상 모든 게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속담에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하려다가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하고 도리어 손해만 본다는 의미다. 떼쓰는 아이와 다를 바 없는 이용규.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로 활약하며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그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그저 아쉬울 뿐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