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준(44)이 “‘악질경찰’은 좋은 영화다. 이정범 감독님이 캐릭터에 맞는 배우들을 잘 캐스팅해서 제대로 만드신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
박해준이 다시 한 번 강렬한 악역으로 돌아온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 제공 워너브러더스 픽쳐스,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작 청년필름・다이스필름)은 뒷돈을 챙기며 비리는 눈 감아주는 경찰 조필호(이선균 분)가 더 나쁜 악의 존재에 맞서 변모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좋은 어른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액션 드라마 장르의 영화. 지난 20일 개봉해 '돈'(감독 박누리), '캡틴 마블'(감독 애너 보든)에 이어 첫 날 3위를 차지했다. 박해준은 이 영화에서 대기업 태성그룹 정이향(송영창 분) 회장의 오른팔 권태주 역을 맡았다.
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에서 박해준이 맡았던 마약조직 임원 박선창 만큼 강렬하고 표독스럽지만 그가 표현한 악의 결은 또 다르다.

‘악질경찰’ 권태주는 정이향 회장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충성하는 인물이다. 그게 나쁜 일일지라도. 태성재단의 장학금을 받으며 성장한 운동선수 출신인 그는 태성그룹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동시에 발목을 잡혔다. 태성그룹에 피해가 되는 일에 가장 먼저 나서는 태주는 약한 사람들 앞에서 강하고, 강한 사람들 앞에서는 약한 악랄한 캐릭터. ‘독전’에 이어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해준은 “태주에게 동정심을 많이 갖고 촬영했다. ‘독전’의 선창 같은 캐릭터는 동정심이나 연민을 뺀 인물인데 ‘악질경찰’ 태주에게는 연민이 많았다. 물론 나쁜 친구긴 하지만"이라며 “기업의 회장에게 인정 받기 위해 노력하고 뭔가 자꾸 해내려고 하지 않나. 올라가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한계가 있고 고립된 친구라고 생각한다. 부하들에게 잘한 친구도 아니라서 외로운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끝내고 나선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고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한 지점을 전했다.
박해준은 “영화 촬영 전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면서 하비에르 바르뎀처럼 저도 무시무시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한 마디 한 마디를 소름끼치게 하고 싶었다”면서 “특히 휴대전화를 고치는 광활한 방, 흰 조명 아래서 굉장히 소름끼치는 얼굴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태주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한 달여간 체력을 키웠다는 그는 “다이어트를 했다기 보다 체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했다”며 “감독님이 촬영 카메라에 좀 더 특징을 줘서 태주를 거대하게 만드신 거 같다.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벽처럼 태주를 만들기 위해 그렇게 표현을 했다. 제가 봐도 '웬만한 사람과 붙어도 못 이기겠구나'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박해준은 조태호 경찰 역을 맡은 이선균과 거친 액션 연기를 펼쳤다. 고등학생 미나(전소니 분)의 집에서 휴대전화를 차지하기 위해 태주와 태호가 싸우는 모습이 액션의 하이라이트. “이선균 형과 액션을 하면서 기본적인 합이 있었는데 저희가 NG를 내진 않았다. 기본적인 틀 안에서 더 리얼하게 보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액션의 애드리브라고 해야 할까? 형이 저를 제압하면 또 다시 저는 그걸 이겨내기 위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실제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게끔 연기했다. 이정범 감독님의 전작 ‘아저씨’에선 멋있게 끝났는데 저희는 막 싸우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웃음). 이선균 형이 액션을 진짜처럼 보이게 잘 하신다. 화려한 액션은 아니지만 보면서 저도 진짜 싸우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형과 저는 굉장히 합을 많이 맞췄다. 한 달 정도 체력 훈련을 하면서 사전에 여러 번 진행을 했다. 롱테이크로 갔을 때가 너무 좋았다. 대문 앞에서부터 바닥에 떨어지기까지 부감(숏)으로 한 번에 쭉 갔는데 저 역시 그렇게 한 게 좋았던 거 같다. 물론 촬영 후 다음날 관절이 너무 아팠다(웃음).”
이어 박해준은 “이 영화가 ‘독전’보다 먼저 촬영했었다. ‘악질경찰’을 마친 후 바로 머리를 자르고 ‘독전’에 들어갔었다. 근데 더 늦게 개봉한 건데 개인적으로 저는 이 작품이 먼저 개봉하길 바랐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촬영하면서 기대했던 거보다 영화가 훨씬 더 잘 나온 거 같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강렬하고.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너무 재미있었다”는 극찬을 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와 캐릭터를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진 것은 물론, 지난 2014년 발생한 4・16 세월호 참사를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 환기시켰기 때문. 그동안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에서 세월호의 진실에 대해 다루긴 했지만 상업영화에 전면적으로 나온 것은 ‘악질경찰’이 처음이다.
극중 미나(전소니 분)는 안산 단원고 학생으로 등장한다. 세월호 참사로 절친한 친구를 잃고 방황하는 인물. 이에 박해준은 “저는 이 영화가 ‘좋은 어른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던진 거 같다. 제가 두 아들을 키우면서 세월호 참사를 지켜봤고 남다른 아픔을 느끼고 있었는데 영화로 세월호 얘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저는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 더 열심히 했다. 이 감독님의 열정이 대단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는 정치권에서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저희는 사실로 일어난 것들을 얘기했을 뿐이다. 세월호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것이지 상업적으로 이용한 게 아니다. 어떤 분들은 ‘세월호 얘기를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다”는 자신의 견해를 덧붙였다.

4・16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이 사망한 사고이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당시 세월호의 침몰 원인에 대해 무리한 선체 증축 및 조타수의 운전 미숙이라고 발표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생존했고, 300여 명이 넘는 사망자 및 실종자가 발생했다. 특히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4명이 탑승하면서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
박해준은 이에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영화적 소재로 쓰느냐는 분들도 계시고 유가족들이 힘드니 안 하는 게 낫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다. 저는 이 영화가 세월호를 잊지 말자고 얘기하는 거 같다”며 "이정범 감독님이 몇 년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면서, 또 고통 속에 살았던 사람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메시지도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기에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악질경찰’을 욕해도 좋다. 하지만 관객분들이 일단 영화를 보시고 평가해주셨으면 한다. 보시고 불편하다면 욕을 해주셔도 된다. 영화에 대해 충분히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며 “영화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라 영화를 통해 사는 얘기를 나누고 싶다. 욕이든 칭찬이든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purplish@osen.co.kr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