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긴급 귀국부터 포승줄에 묶여 유치장으로 걸음을 옮길 때까지, 언론 앞에 포착된 정준영은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이미 수많은 범법 행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된 그는 눈물로 사죄하며 "평생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결국 정준영은 구속이라는 비참한 결과를 마주했다.
지난 11일 언론 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정준영 파문'은 정준영이 2015년부터 동료 연예인들과 지인이 참여한 단체 채팅방에서 여성들과의 성관계를 몰래 촬영한 불법 영상을 공유하고 유포한 혐의다. 정준영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만 10명이 넘는 상황으로, 정준영은 자신의 행동이 불법임을 인지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불법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해왔다.
논란이 커지자 정준영은 지난 12일 미국에서 예능 촬영 도중 긴급 귀국했다. 그는 공항을 찾은 취재진들 앞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황급히 몸을 옮겼다. 그리고 13일 새벽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사과문에는 연예 활동 중단과 동시에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이에 앞서 정준영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했다. 정준영은 14일 긴 머리를 묶고 수트를 입은 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정준영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했다.
하지만 정준영이 2016년과 2018년 두 번이나 비슷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그 때마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경찰 유착 의혹 논란까지 더해졌다. 또 단톡방 멤버인 최종훈의 과거 음주운전 무마 사실과 함께 용준형 이종현 등 절친들이 메신저를 통해 불법 영상을 공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정준영이 출연 중이던 '1박 2일'은 책임을 통감하며 제작 중단을 선언했다. 또 정준영의 휴대폰을 통해 차태현과 김준호가 과거 골프 내기를 했다는 내용이 담긴 메신저가 발견돼 또 다른 논란이 일었다.


결국 차태현과 김준호는 17일 "해외에서 골프 내기를 한 적이 없다. 장난이었고, 당시 돈을 모두 돌려줬다"고 해명하며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 후 자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 가운데 검찰은 정준영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고, 정준영은 21일 오전 서울지방법원에 구속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예상보다 조금 일찍 현장에 도착한 정준영은 취재진 앞에 서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시작되는 사과문을 꺼내 읽었다.
그는 "저는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저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인정합니다"며 법원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저로 인해 고통받으신 피해자 여성분들, 사실과 다르게 아무런 근거 없이 구설에 오르며 2차 피해를 입으신 여성분들, 저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신 모든 분들께 사죄드립니다. 앞으로도 수사 과정에 성실히 임하고 제가 저지른 일에 항상 반성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그 과정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후 심사를 마친 정준영은 포승줄에 묶인 채 유치장으로 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밤 8시 50분께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유통한 혐의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정준영의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이 소명됐고, 제출한 휴대전화 등 핵심 증거의 상태와 범행 뒤 정황 등을 비추어 보면 정준영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구속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또한 "정준영이 저지른 범행 특성과 피해자의 법익 침해 가능성 등을 종합할 때, 정준영을 구속할 사유와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클럽 버닝썬 직원이자 승리의 지인으로 알려진 김 모 씨도 정준영과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재판부는 김 씨에 대해서도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범행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봤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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