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로부터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받은 이용규(34)가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이했다. 트레이드와 방출 모두 어려운 상황, 그라운드에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백기투항’ 뿐이다.
한화 구단은 지난 22일 트레이드 요청으로 파문을 일으킨 이용규에게 ‘무기한 참가활동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팀 경기는 물론 훈련에도 참가할 수 없다. 선수 생명에 직격탄이다. 선수의 트레이드 요구는 심심찮게 일어나지만 이용규의 경우 FA 재계약 후 개막까지 일주일 남겨놓은 시점, 한밤중 외부를 통한 폭로 방식이 문제였다.
이용규는 지난 12일 시범경기 개막전을 앞두고 한용덕 한화 감독에게 먼저 트레이드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몇몇 외부 사람들에게도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렸다. 15일 저녁에는 구단 관계자에게 또 트레이드를 요청한 뒤 언론을 통해 외부에 공개했다.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이용규도 구단과 면담 자리에서 “오랫동안 생각을 한 것이다”고 밝혔다. FA 재계약 이후 팀 내 입지 축소, FA 옵션 문제는 아니다. 현장 코칭스태프, 한용덕 감독과 소통법에서 어떤 서운함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이와 관련한 베테랑 선수들의 불만이 쌓여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서상 선수가 감독을 이길 순 없다. 더군다나 한용덕 감독은 지난해 한화의 10년 암흑기를 끝내며 성과를 낸 감독이다. 구단은 ‘한용덕 지키기’에 들어갔다. 현장 리더십이 타격을 받으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이용규가 요청한 트레이드, 방출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한 참가활동정지로 일벌백계 차원의 징계를 했다.

한화와 2020년까지 보장 계약된 이용규가 최대한 빠르게 그라운드에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백기투항밖에 없다. 구단도 무기한이란 단서를 달아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다만 이용규는 구단 징계를 받아들였지만 백기투항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이용규 본인이 감독에게 사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해가 있다면 진심 가득한 대화를 통해 어떻게든 풀고 가야 한다.
지난해에도 한화는 비슷한 일이 있었다. 주전 3루수 송광민이 시즌 막판 한용덕 감독과 불화를 빚어 2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송광민이 먼저 한 감독에게 다가가 용서를 구했고, 진심을 느낀 한 감독이 포용하며 극적으로 봉합됐다. 송광민은 지난겨울 FA가 됐지만 한화와 재계약했고, 변함없이 주전 3루수로 새 시즌을 맞이한다.
물론 송광민과 이용규의 상황은 다르다. 송광민은 개인의 불만이 아니라 베테랑들을 대변해 총대를 멘 성격이 강했다.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방식도 선수의 폭로가 아닌 감독의 공개 질타였다. 사건이 터진 뒤 침묵을 지킨 송광민과 다르게 이용규는 논란의 불씨를 남긴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쉽게 봉합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화는 트레이드도, 방출도 없다는 입장이다. 백기투항이 아니면 이용규가 그라운드에 돌아올 방법은 없다. 여론도 선수가 아닌 구단 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기는 물론 팀 훈련도 하지 못한 채 공백기를 길어질 이용규의 선수 가치도 떨어진다. 백기투항하지 않으면 선수 생명마저 이대로 끊길지 모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