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을 이겨냈기 때문일까. 경기가 끝나고 만난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의 미소는 천진난만하면서 찬란하게 빛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지난 22일 울산 문수축구장서 열린 볼리비아와 A매치 친선전서 후반 41분 이청용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2019 아시안컵 8강 탈락 이후 첫 경기이자 2020 카타르 월드컵의 문을 여는 경기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내며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승우도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웃었다. 그는 0-0이던 후반 17분 나성호와 교체로 경기장에 들어와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투입 직후부터 특유의 시원한 돌파로 경기 흐름을 뒤집었다.
후반 36분 이승우는 왼쪽 측면부터 패스를 받아 페널티박스로 쇄도했다. 그는 문전 앞에서 상대 수비를 개인기로 제친 다음 완벽하게 찬스를 때렸으나 골대를 아주 살짝 벗어났다.
이승우는 자신의 찬스가 무산되자, 땅을 치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의 투지가 잘 나타나는 장면이었다. 문수 경기장의 팬은 환호를 보내며 이승우를 반겼다.
경기가 끝나고 만난 이승우는 "팀이 이겨서 너무 다행이라 생각했다. 기회가 왔을 때 잡고 싶었다. 많이 준비했고 기회가 마침 찾아와서 너무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갔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날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승우는 누구보다 밝은 미소를 보여줬다. 천진난만하고 찬란하게 빛났다. 최근 소속팀 베로나서 꾸준하게 출전하면서 얻은 자신감이 그대로 나왔다.
이승우는 "선수인 만큼 뛰는 시간이 많아야 기쁘다. 경기장안에서 많은 결과물을 내야 한다. 이탈리아나 대표팀이든 모두 그렇다. 그냥 뛰는 것이 너무 좋다. 이탈리아에서도 준비했듯 항상 기회가 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 포함되며 승승장구했던 이승우지만 벤투 감독 부임 이후 A대표팀은 고난ㅇ었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 어려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안컵 당시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기나긴 고난이었지만 이겨내자 복이 찾아왔다. 이승우는"내가 득점했다면 좋았겠지만 팀이 승리해서 기쁘다"면서 "많다랄까. 오랜만에 대표팀서 긴 시간 뛰었기 때문에 재밌었다. 좋은 형들과 호흡을 맞춰서 기쁜 마음으로 경기했다"고 전했다.
대표팀서 측면 경쟁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던 이승우지만 볼리비아전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벤투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오랜만에 교체로 많은 시간을 소화한 만큼 다가오는 경기에서 선발 출전도 기대해보게 됐다.
이승우는 "항상 선발로 뛰고 싶다. 하지만 팀 내부에서 선수마다 출전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상황에 맞게 잘 준비해서 자신에게 기회가 왔을 때 잘 잡는게 선수의 몫이라 생각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아시안컵이 끝난 이후 오랜만에 만난 이승우의 키는 그대로지만 다시 한 뼘 자란 것처럼 보였다. 대표팀서 힘들었던 고난의 시기를 이겨냈기 때문일까. 더욱 성숙하고 발전한 모습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1998년생 이승우는 만 21세에 불과하다. 아직 뛴 날보다 뛸 날들이 더 많아 남은 미래가 창창한 선수이다. 볼리비아전 보여준 플레이로 자신을 증명한 이승우가 대표팀서 더 밝은 미소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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