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5년 차. 그러나 그라운드에서는 신인 못지않은 투지와 열정이 가득했다.
정근우(37・한화)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전에서 중견수 겸 1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정근우는 그동안 ‘국가대표 2루수’로 이름을 알려왔다. 재빠른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수비는 '정근우=2루수'라는 공식을 만들어왔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정근우의 2루수 자리는 지난해 조금씩 흔들렸다. 정근우의 기량이 급격하게 하락했다기보다는 정은원 등 젊은 내야수의 성장이 눈부셨다. 팀 입장에서도 세대 교체가 필요한 상황. 정근우는 후배에게 2루 자리를 물려주고 1루와 외야로 나갔다.
팀을 위한 선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 시즌 정근우는 아예 외야 글러브를 들고 본격적인 외야 전향에 도전했다. 단순한 외야가 아닌 넓은 수비 범위를 갖춰야 소화할 수 있는 중견수 자리였다. 스프링캠프에서 고된 훈련을 견디며 ‘변신’에 나선 정근우는 개막전에 중견수로 이름을 올렸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낯선 외야수 자리인 만큼, 한화로서는 모험수가 될 수 있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근우는 개막전에서 자신에게 붙은 물음표를 완벽하게 지웠다.
안정성도 안정성이지만, 무엇보다 근성과 투지가 돋보였다. 3회말 박세혁의 외야 뜬공 타구가 중견수 앞쪽에 다소 짧았지만, 집중력있게 끝까지 따라가 글러브에 넣었다.
공격에서도 정근우는 전력을 다했다. 1회초 공격 때에는 3루수 방면 땅볼 타구였지만, 1루로 전력으로 달려 내야 안타를 이끌어냈다. 비록 실패에 그쳤지만, 2루로 도루를 시도하기도 했다. 3회초에는 우전 안타로 나간 뒤 송광민의 2루타로 홈까지 내달렸다. 이날 정근우는 3안타 2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이날 '베테랑' 정근우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는 '젊은 한화'로 바뀌어 가는 팀에 굵직한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