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와 배려의 충돌?
지난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논란을 유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화가 13-7로 앞선 9회말 2사후 소방수 정우람을 점검 등판시켰다. 6점 차이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상대 소방수가 올라오자 KIA 벤치에서는 타석에 있던 황대인을 빼고 대타로 투수 문경찬을 투입했다.
이후는 안봐도 비디오이다. 그라운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 정우람은 가볍게 스트라이크 3개를 던졌고 문경찬은 물끄러미 보고만 있었다. 삼진이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고 양 팀 선수들이 나와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분명한 것은 무언가 이상했고 항의성 대타 기용이었다는 점이다.

한용덕 감독은 왜 6점 차 2사후에 소방수를 올렸을까? 한 감독은 "개막 이후에 등판하지 못해 점검차 마운드에 올렸다"고 이유를 밝혔다. 앞선 두산과의 개막 2연전에 나서지 못했으니 이날 마운드에 올라 컨디션을 점겸하고 실전 감각도 익히라는 투입이었다. 6점차의 여유있는 상황이니 마음 편하게 던지라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한 감독의 경우는 역전 위기를 염려했다기 보다는 주전 소방수의 컨디션을 우선했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를 일부러 자극하려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순전히 소방수를 점검하려는 실리적인 측면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투수 출신 감독이니 투수들 관리에 신경이 더 쓰일 수 밖에 없다.
김기태 감독은 왜 투수를 대타로 썼을까? 김 감독은 경기후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것으로 해석된다. 6점 차로 크게 벌어져 있고 8회부터 최형우 등 주전들을 모두 백업으로 바꾼 것은 백기를 내걸었다는 표시이다. 주전들을 쉬게하고 오늘보다는 내일 경기를 준비하겠다는 신호였다.
그런 순간 정우람이 올라온 것은 수건을 던졌는데 새로 링에 올라와 스파링을 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김 감독의 경우는 무기력한 개막 3연패를 당하는 상황이었다. 지는 상대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는 항의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문경찬 대타 기용은 이런 생각의 차이가 빚은 논란일 수도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