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산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은 '스타크래프트'다. 만약 스타크래프트가 만 18세 이상의 청소년 불가 게임이었다면 e스포츠 시장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스타크래프트의 이용자 연령을 만 15세로 끌어내리면서 한국 e스포츠 산업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 바로 8대 한국e스포츠협회장으로 취임한 김영만 회장이다.
LG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영업맨으로 활약하다가 IMF 이후 한빛소프트로 독립한 김 회장은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 등 대작게임들을 연이어 한국 시장에 유통시키면서 부각 되기 시작했다. PC방 붐이 일었던 1999년부터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고, e스포츠 산업과 끊을 수 없는 질긴 인연을 시작했다.
초대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던 김영만 회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제 8대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삼성 CJ 등 대기업 게임단의 이탈과 사회적 악재들이 겹치면서 협회의 위상과 기반이 흔들리는 어려운 시기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셈이다.

지난 26일 서울 상암 에스플렉스에 위치한 한국e스포츠협회 회의실에서 만난 김영만 회장은 취임 이후 99일간 느꼈던 소회를 전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전하면서 방향성을 잡기 위한 그의 고민을 읽을 수 있었다.
"최근 e스포츠라는 것이 무언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e스포츠가 다른 전통 스포츠처럼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협회는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있다. 그리고 e스포츠가 전통 스포츠들과는 달리 게임을 활용하는 스포츠이며, 게임의 수명의 한계가 분명해 전통 스포츠처럼 긴 호흡으로 오랫동안 유지 될 수 없는 한계도 있어 더욱 생각이 깊다"고 운을 뗐다.
덧붙여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종주국이라 불릴 만큼 앞서 나갈 수 없는 제약 상황들도 많아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e스포츠 분야에서만큼은 국제적인 표준을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지속해 나가야 하는 당면 과제들도 많이 있다"며 "협회장이 되어 다시 돌아와보니 e스포츠와 관련해서 해결해야 할 현안은 많은데 아직도 명확히 이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 방향을 잡는 것이 쉽지 않다. 업계 전반의 의견을 듣고 해결 방안에 대한 답을 같이 구해보고 협회 사무국 이외의 외부 조력도 받으면서 일을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영만 회장은 올해 해결해야 할 사업 과제 3가지로 선수등록제와 대한체육회 가맹, 협회 아카데미 사업을 꼽으면서 한국e스포츠협회의 위상 제고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을 이어나갔다.
첫 번째 선수등록제의 경우 "선수등록제도는 모든 스포츠 기구의 가장 기본적인 제도"라는 점을 먼저 언급하면서 과거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가 종료된 이후 협회가 가지고 있는 선수데이터 등 데이터 자산의 부족한 현실을 설명했다. 선수등록, 선수데이터 취합 등 가치화 할 수 있는 자산들의 아카이브 정립을 통해 앞으로 협회만의 자산을 만들어 나가 향후 국가대표 선발, 세제혜택 등이 협회 등록선수들을 중심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김영만 회장은 "선수등록제는 국가대표 선발이나, 프로팀 입단을 하는 등록 선수에 한해 진행할 계획이며, 등록 선수에게는 은퇴 후 진로지원 등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대한체육회의 준회원단체 지위가 상실된 대한체육회에 다시 가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전, 경남, 부산, 전남 4개 시도의 가맹이 완료되어 대한체육회 인정단체 가맹 기준(3개 시도체육회 가맹)을 충족하여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에 대한체육회 가맹 신청이 가능하다"면서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되고 한국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것이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스포츠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또한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하는 지역 경기장 구축 사업이 연계되어 그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스포츠의 지위 향상에 가장 근원적인 현안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체육회 가맹을 위해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를 전했다.
세 번째로 삼성과 CJ 등 대기업 부회장들이 이탈하면서 흔들린 협회의 재정자립도를 위해 '협회 아카데미 사업'을 추진을 설명했다. 프로지망 선수 양성에 초점이 가 있는 민간 시설과 차별화를 위해 e스포츠 전반에 필요한 산업 인력 양성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선수 외 심판, 지도자, 방송인력 등 e스포츠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올해 추진할 계획과 향후 협회의 기반을 위해 필요한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 그는 "협회는 외부적 자문에 별도의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무료로 자문을 해왔지만, 이제는 해외 또는 국내에서 이스포츠 컨설팅 등의 자문 요청이 있을 때는 이에 대한 수수료를 책정해 수익화 함으로써 기본적인 협회 사무국 운영 재정을 마련하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며 "올해 협회 회장사(회비)를 비롯한 신규 부회장사(회비) 영입을 통해 협회의 재정 부족부분을 어느 정도 충당할 계획이다. 전통 스포츠와 달리 온라인으로 경기가 활성화되는 이스포츠의 특성을 살려 온라인 매치업 플랫폼을 만드는 파트너십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먼저 선도적으로 활용한 후 협회와 우호관계가 형성된 해외 협단체로 이를 확대해 함으로써 수익화 하는 것도 고려하겠다"라고 답변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현재 IOC 위원이자 이번 3월에 OCA 총회에서 선수관계자위원 겸 집행위원으로 선임된 유승민 위원과도 여러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그간의 상황을 정리했다.
김영만 회장은 "협회는 현재 아시아e스포츠연맹(AESF)의 동아시아 이사국의 위치에 있기에 앞으로 아시안게임 종목화와 세부종목 선정, 제도적 규정 정비 등에도 지속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에 협회는 아시아지역 국가들과의 우호적 관계 형성을 이루는 스포츠 외교활동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우리의 위상을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려고 한다.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글로벌 체육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넓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사들이 협회에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아가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낮아진 협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그간 노력에 대해 설명도 있었다. IP 홀더들과 관계 회복과 함께 정부 정책 과제 선정에 e스포츠 관련 정책 반영을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e스포츠는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주요 콘텐츠 산업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 정계에서 이스포츠가 산업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즉 답답한 병목현상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영만 회장은 "처음 협회가 만들어 질 때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 지난해 협회가 너무나도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아무도 나서서 이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 안타까워 직접 협회장을 맡게 됐다"면서 "언제든 본인 보다 열정적이고 추진력 있고 능력있는 인사들이 협회에 관심을 가지고 협회장을 맡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 다른 무엇보다 협회의 위상 제고가 시급하고,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한국이 인정받는 만큼 국내에서도 그 위상이 높아지고 인정받을 수 있는 노력을 해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