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키즈’들의 자멸, 시험대 오른 양상문호 ‘리스크 관리’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03.28 13: 00

어떻게 손을 쓸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양상문 감독의 ‘키즈’들이라고 불렸던 이들이 고개를 숙였다. 한 시즌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충격일 수도 있다. 4경기 만에 ‘양상문호’는 시험대에 올랐다.
롯데는 지난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4-23으로 대패를 당했다. 144경기 중 패한 한 경기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경기 내용적인 면에서 단순한 1패로 생각하긴 힘들었다. 양상문 감독이 믿어 의심치 않았고 기대감을 보여줬던 젊은 선수들이 무너진 것이 치명타였다.
핫코너를 나눠 맡으며 내야진의 기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내야수 전병우와 한동희, 그리고 마운드의 차세대 ‘영건’들이었던 정성종과 이인복이 ‘참사’의 중심에 있던 것이 이날 롯데가 당한 대패의 고민이었다.

전병우는 이날 올 시즌 처음으로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하지만 3-6으로 추격을 개시한 뒤 맞이한 4회초,  1사 만루에서 삼성 다린 러프의 3루수 땅볼 타구를 잡은 뒤 2루에 악송구를 범했다. 간신히 2루수 카를로스 아수아헤가 잡아 2루를 찍어 아웃을 만들었지만 1루에서는 세이프. 병살타로 이닝이 끝날 수 있던 상황이 마무리 되지 않았고 롯데는 1점을 더 내줬다. 추격 분위기가 꺾이는 경기의 터닝 포인트였다. 이후 경기 흐름이 삼성 쪽으로 완전히 넘어간 뒤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3루수 한동희는 8회초 2사 만루에서 김헌곤의 평범한 3루수 땅볼 타구를 놓쳤다. 타구가 바운드 된 뒤 조명에 들어가며 타구를 응시하지 못했고, 주자들을 모두 살려줬다. 역시 이닝은 끝나지 않았고 이후 롯데는 박한이에 그랜드슬램을 얻어맞았다.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실책 그 이상의 여파로 다가올 수 있던 플레이였다.
이 과정에서 팀의 4번째 투수였던 정성종이 2⅔이닝 78구 3피안타(1피홈런) 5볼넷 4탈삼진 3실점, 마지막 투수였던 이인복이 2이닝 60구 10피안타(2피홈런) 2볼넷 1탈삼진 10실점(8자책점)을 기록했다. 이미 경기 분위기가 넘어간 상태에서 필승조들을 아껴야 했던 롯데가 가동할 수 있는 투수들은 이들 뿐이었다. 이들이 경기를 매듭지어야 했는데, 매듭을 짓는 과정, 아웃카운트 하나하나를 잡아가는 과정이 힘겨웠다. 팀 적으로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들에게는 가혹한 처사였다. 
이들은 양상문 감독의 시즌 플랜에 중요한 부분들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없이 밝았던 이들이었지만 경기 중 중계방송 화면에 잡힌 이들의 얼굴에는 어둠이 짙게 내려 앉았고, 사색이 됐다. 이들에게는 기나 긴 하루였다. 특히 한동희는 지난해 개막 7연패 과정에서도 실책으로 인해 역전패의 빌미가 됐던 적이 있고, 그 이후 난조에 허덕였다. 2년 연속 비슷한 시기에 다가운 역경이다.
‘멘탈붕괴’가 여러차례 와도 할 말이 없는 경기, 더할나위 없이 활기찬 분위기를 유지했고 웃음을 잃지 않았던 덕아웃은 무거웠고, 양상문 감독의 수심도 깊어졌다. 양상문 감독은 이들의 멘탈을 수습과 분위기 전환을 통해 다음 경기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졌다. 롯데의 4경기 만에 시즌 전체 플랜이 꼬이게 되는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롯데의 리스크 관리가 일찌감치 시험대에 올랐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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