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세월호 다뤘지만, 자극적이지 않았다..책 읽고 바로 결정" [Oh!커피 한 잔①]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3.28 11: 51

설경구가 '생일'을 거절하려고 했지만, 마음을 바꾼 이유를 공개했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라디오엠 카페에서는 영화 '생일'의 주연 배우 설경구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제작 나우필름・영화사레드피터・파인하우스필름, 제공배급 NEW)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 수호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을 작품 안에 녹여냈다.

설경구는 극 중 아들이 세상을 떠나던 날,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지 못해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로 분했다. 섬세한 감정 연기를 비롯해 대사 이상의 감정을 전하는 표정 등 눈빛으로 관객들을 극에 몰입하게 할 예정이다.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전도연은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 순남을 연기했다. 풍부한 감정 연기와 폭발적인 열연을 했고, 캐릭터의 섬세한 감정선을 그려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전망이다. 두 배우는 2001년 개봉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후 18년 만에 재회해 열연을 펼쳤다. 
또, '생일'은 이창동 감독 영화 ‘밀양’과 ‘시’에서 연출부로 활동하며 내공을 쌓은 신예 이종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종언 감독은 다큐멘터리 '친구들: 숨어있는 슬픔’을 연출했고,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해 '세월호 세대와 함께 상처를 치유하다'라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련 활동을 이어왔다. 
설경구는 "사실 영화 '우상' 촬영 기간이 예상보다 늦어졌다. 그래서 '생일'을 찍을 스케줄이 아니었는데, 이창동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과의 친분으로 시나리오를 받았다. 아무래도 급한 마음에 나한테 온 것 같다.(웃음) '책을 읽고 결정하겠지만, 하더라도 여름이나 될 것 같다'고 했더니, 그건 안 된다고 하더라. 바로 한 달 뒤에 들어가야 된다고 했다. 나한테 딱 일주일 시간을 주셨다"고 밝혔다.
당시 설경구는 '우상' 때문에 베를린영화제에 참석 중이었고, 그 사이에 결정해야 했다. 그는 "거절을 하려고 했는데,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스케줄을 조절해서라도 해보고 싶었다. 한석규 형님한테도 양해를 구했다. 그때 굉장히 낯설었다. '우상'을 찍느라 노랗게 탈색한 머리에서 다시 검은 머리로 염색하니까 낯설더라. 그런데 오히려 '생일'은 낯선 모습으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느 포인트에서 해야겠다고 느꼈나?"라는 질문에 설경구는 "세월호라서, 참사를 다뤄서, 가족을 다뤄서는 아니었다. 이종언 감독이 연출부를 할 때 술자리에서 잠깐 본 적이 있는데, 깊은 대화를 못 했다. 그래도 이종언 감독이 굉장히 단단해 보였다. 이 책 자체가 쉽지 않았는데, 이걸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더라. 촬영하기 전에도 이종언 감독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비단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남은 부모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보편적인 이웃의 얘기일 수도 있다고 느꼈다. 큰 참사를 겪은 뒤, 어떻게 변화된 삶을 살고 있나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았고, 주장도 없었다.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도 좋았다. 모든 것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책이 와 닿았다. 아웃을 미워하지 않고, 공격하지 않고, 두루두루 살핀다는 느낌이었다. 기분만 가지고 썼다는 느낌이 아니었고, 그런 믿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는 4월 3일 개봉./hsjssu@osen.co.kr
[사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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