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1+1 선발 플랜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이상과 현실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윤성빈을 선발로 내세운다. 로테이션상 5선발의 차례인데, 윤성빈을 완전한 선발 투수라고 칭하긴 힘들다. 윤성빈은 송승준과 함께 짝을 이뤄서 이날 경기를 책임지는 1+1 선발 전략의 첫 번째 투수이기 때문.
양상문 감독이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5선발 적임자를 두고 고민을 했지만, 5선발 후보군들을 모두 활용하는 방법으로 투수진은 폭 넓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2명이 한 조가 되어 번갈아가며 로테이션을 소화하게 되는 게 특이점이다. 그 첫 스타트를 윤성빈과 송승준이 한 조를 이뤄서 끊게 됐다. 다른 한 조는 김건국과 박시영이 한 조를 이뤄 대기한다.

양상문 감독의 모험이자 도전이다. 어느 팀도 쉽게 시도하지 않았던 전략이기에 장점과 단점,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이날 이후가 되어야 확인이 가능할 전망이다. 말 그대로 베일에 싸여 있는 전략이다.
다만, 양상문 감독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그림은 기회 부여와 불펜 소모 최소화다. 전력에서 배제되는 인원 없이 기회를 부여해 투수진을 꾸려갈 수 있고, 롱릴리프 성격을 가진 두 명의 투수가 최소 3이닝 이상 씩을 책임져 불펜진의 과부하를 덜어줄 수 있다.
모든 게 이상적으로 풀릴 수 있다면 현실에서 유용한 전략이다. 풍부한 투수진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면서 시즌 운영을 한결 수월하게 펼칠 수 있다. 하지만 장기 레이스에서 모든 게 이상적으로 풀리지 않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과 맞닥뜨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공교롭게도 5선발 1+1 전략을 실행하기 전날인 지난 27일, 최악의 경기를 치렀다. 4-23으로 대패를 당한 상태다. 필승조들이 휴식을 취해야 했던 날이었기에 투수진 가동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 선발 장시환이 3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일찌감치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롱릴리프로 경기를 책임져야 했던 정성종, 이인복은 아웃카운트를 추가하는 것 자체가 버거운 상황에서 꾸역꾸역 경기를 치렀다. 두 투수는 각각 78개, 60개의 공을 던져 며칠 간 등판이 불가하다.
필승조를 낼 수 없는 상황과 또 마주하게 될 것을 대비해 투수진 엔트리 변동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아직 물음표의 1+1 선발 전략이 꼭 잘 풀린다는 보장이 없기에 투수진 운영이 자칫하면 꼬여버릴 수가 있다.
과연 롯데의 1+1 5선발 전략은 롯데의 분위기 반전, 그리고 이상과 현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전략임을 확인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