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그레인키가 망신을 당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에이스 잭 그레인키(36)에겐 잊을 수 없는 굴욕이다.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친정팀’ LA 다저스에 3⅔이닝 7피안타(4피홈런) 2볼넷 7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다.
1회 시작부터 불안했다. 다저스 1번 작 피더슨에게 좌월 2루타를 맞고 시작한 그레인키는 1회 선취점을 내준 뒤 2회 피더슨에게 중월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느린 커브가 치기 좋은 코스로 몰렸다.

3회에는 삼자범퇴로 막았지만 4회 홈런 3방을 얻어맞았다. 키케 에르난데스는 무사 1루에서 그레인키의 꺾이지 않은 커브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이어 오스틴 반스도 그레인키의 가운데 높게 몰린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중월 솔로포로 연결했다. 백투백 홈런.
이어 류현진을 유격수 땅볼, 피더슨을 루킹 삼진 처리하며 투아웃을 잡은 그레인키는 그러나 코리 시거에게 우중월 솔로포를 내주며 강판됐다. 88마일(142km) 포심 패스트볼이 한복판에 들어갔고, 시거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구속과 제구 모두 타자를 압도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레인키는 4회를 마치지 못했고,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레인키가 1루 원정 덕아웃으로 터벅터벅 걸어가자 다저스 홈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서 박수를 쳤다. 지난 2013~2015년 3년간 다저스에서 뛰었던 그레인키에 대한 예우일 수 있지만 거의 조롱에 가까운 기립박수였다.
지난 2015년 옵트 아웃으로 다저스를 떠난 그레인키는 같은 지구 경쟁팀 애리조나로 FA 이적했다. 그 이후 다저스타디움 원정경기만 되면 맥을 못 춘다. 이날까지 애리조나 이적 후 다저스 원정경기에서 6차례 등판했지만, 1승4패 평균자책점 7.41로 무너졌다. 특히 피홈런이 무려 14개, 배팅볼 투수로 전락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우리 계획대로 잘 된 경기였다. 그레인키 공략을 잘했다”고 만족했다.
다저스는 그레인키에게 4개 홈런을 뽑아낸 데 이어 애리조나 두 번째 투수 맷 코츠에게도 홈런 4개를 추가했다. 팀 홈런 8개는 다저스 구단 역대 타이기록. 개막전 팀 홈런 8개는 메이저리그 최초 진기록이다. 여러모로 그레인키와 애리조나에겐 잊기 힘든 굴욕의 개막전이었다. /waw@osen.co.kr

[사진] LA=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