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3연승+단독 1위’ 빛났던 염경엽 감독의 완벽한 판짜기 [오!쎈 체크]
OSEN 허행운 기자
발행 2019.03.30 05: 51

[OSEN=허행운 인턴기자] 모든 상황이 염경엽 감독의 예상과 맞아 떨어졌다.
SK 와이번스는 지난 2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키움 히어로즈와의 팀 간 1차전을 5-2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SK는 3연승을 기록하게 됐고 리그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선발로 등판한 ‘에이스’ 김광현의 호투와 하재훈-박정배-서진용으로 이어진 불펜의 무실점 피칭이 팀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경기에서 빛난 것은 SK 염경엽 감독의 판짜기 능력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전부터 이미 대부분의 상황을 예상했고, 그에 맞춰 완벽한 플랜을 세워 경기에 임했다.
경기에 앞서 만났던 염경엽 감독은 “타선이 터져서 대량 득점하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1선발 간의 대결이었고 양 팀 모두 나쁘지 않은 불펜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경기일수록 수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이날 김성현을 유격수로 선발출장시킨 이유였다. 이날 경기 전에는 강승호가 유격수로 출장했다. 그리고 염 감독의 바람대로 김성현은 8회말 김하성의 타구를 건져내는 호수비를 보여주며 박정배를 도왔다. 그 공이 빠지며 출루를 허용했다면 경기 후반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울러 염 감독은 “이런 경기는 작은 점수가 중요하다”며 한 점이 승부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내 그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경기를 통해 보여줬다. SK는 이날, 작년 보여주던 팀 컬러와 다르게 점수를 짜내는 운영을 보여줬다. 5회초 노수광은 무사 1루에서 과감하게 2루 도루를 시도해 성공시켰다. 이후 SK는 적시타 없이 땅볼만으로도 소중한 1점을 만들 수 있었다.
염경엽 감독이 3-2로 역전한 6회초 1사 3루 상황에서 김성현에게 스퀴즈 작전을 지시해 추가점을 뽑는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선두타자 최정의 볼넷과 정의윤의 2루타로 만들어진 무사 2,3루 상황에서 키움은 최항의 땅볼이 나오자 아웃카운트와 1점을 맞바꾸며 1사 3루가 됐다. SK도 역전엔 성공했지만 경기 내내 후속 적시타가 없는 흐름이었기 때문에 3루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여기서 "작은 점수가 중요하다"던 염경엽 감독은 과감하게 스퀴즈 지시를 내렸다. 키움은 염경엽 감독의 작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대주자로 투입된 3루주자 고종욱이 홈을 밟는 모습을 허무하게 지켜봐야 했다. 
‘4출루’ 경기를 만든 최정의 3볼넷과 적시타 이야기도 뺄 수 없다. 이날 경기 전까지 20타수 1안타, 타율 5푼으로 침묵하던 최정은 감독의 믿음에 응답했다. 염 감독은 경기 전 “타순 6번 배치는 (최)정이를 심리적으로 편하게 만들어주는 의미다. 시즌 초반 욕심이 있다보니 몸에 힘이 들어가서 잘 안되는 것”이라고 타순 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염 감독은 “선수에게 부담 주지 않고 편하게 야구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감독이 최고의 감독”이라는 자신의 소신에 맞게 최정을 끝까지 믿었고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 시즌 처음으로 최정을 6번으로 내리는 과감한 타순 변화를 감행했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모든 예상을 염경엽 감독은 경기 전부터 세세하게 마쳐뒀다. 결과적으로 염 감독이 짜둔 판에서 경기가 움직인 수준이었다. 
지난 시즌 '홈런공장'으로 불리며 파워풀한 야구를 보여주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SK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 부임 이후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보다 다채로운 야구를 보여주고 있다. SK는 올해도 자신들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이유에 '염갈량' 염경엽 감독의 부임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이날 경기로 보여줬다. /luck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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