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연맹, PBA 향해 "특정 무리에 법적 대응" 경고한 이유는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9.03.30 06: 02

침묵하던 대한당구연맹(KBF)까지 당구 프로화를 추진하고 있는 프로당구협회(PBA)와 브라보앤뉴를 향해 날을 세웠다.
연맹은 29일 "대한체육회의 유일한 가맹경기단체이자, 국제연맹의 유일한 국내 교섭단체로 국제연맹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도 "선수들의 선택을 존중해 프로화 이적에 대해 어떠한 징계도 가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연맹은 PBA로의 이적을 막지 않겠다. 징계도 하지 않겠다. 다만 프로단체와의 이중등록이 되지 않는 규정에 따라 연맹 등록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맞다. PBA리그 참가 후 연맹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3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캐롬연맹(UMB)의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연맹이란 점에서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연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지막에 "단, 연맹에 등록된 선수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연맹과 관련된 배타적 여론만 생성해내고 있는 특정의 무리와 관련해서는 연맹에서도 강력히 법적인 대응을 하도록 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문구를 삽입해 눈길을 끌었다.
또 "당구의 이미지와 연맹의 명예를 훼손하는 여론플레이를 즉각 중단하기 바라며, 이러한 여론플레이에 선수를 비롯한 당구인들의 눈과 귀가 흐려지지 않도록 우리 연맹에서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여 궁금증을 자아냈다.
▲ 더 이상의 악의적 행위는 좌시하지 않겠다
그동안 연맹은 침묵을 지켰다. UMB와 PBA가 당구의 프로화를 두고 공방이 펼쳐질 때도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지난달 열린 '2019 대한당구연맹 신년하례회 및 시상식'에서 연맹은 UMB와 뜻을 함께 하기로 했지만 PBA와의 직접적인 갈등은 피해왔다.
이에 연맹 관계자는 "이렇게 입장문까지 발표하게 된 것은 잘못된 자료들이 범람하고 있고 연맹을 음해하려는 악의적인 루머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내부적으로 법적인 검토를 공들여 하느라 시간이 걸려 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 연맹도 더 이상 잘못된 루머를 그냥 넘기지 않겠다"고 강조, PBA와 브라보앤뉴측에 경고하고 나섰다.
PBA는 그동안 UMB, KBF와 협의없이 당구의 프로화를 추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독단적인 프로화 추진으로 당구계 전체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그러자 PBA는 대한당구선수협회의에 프로 당구 추진 과정과 관련한 해명글을 남겼다. 이를 통해 'PBA가 KBF와 협의없이 프로당구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그동안의 루머를 반박하고 나섰다. 여기에는 KBF 중계권 연장, 코줌 인수 등 민감한 내용도 포함됐다.
▲ 한 번 만났는데 무슨 협의?
연맹도 PBA와의 접촉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다. 연맹에 따르면 PBA는 지난 2017년 초반 처음 연맹과 접촉에 나섰다. 하지만 PBA는 그 해 7월 이후 연락을 끊었고 올해 2월 8일이 돼서야 공문을 통해 다시 연맹에 연락을 해왔다. 연맹과 PBA는 지난 2월 13일 딱 한차례 미팅을 가졌고 2월 21일 PBA선포식 이후 공문을 주고 받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연맹은 "PBA에서는 지난 2년간 당구 프로화 관련 제안서 제출 요청에는 한 번도 응하지 않다가 불과 2개월도 안되는 기간 동안 보낸 내용을 토대로 연맹에 협의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명분을 내놓고 있다"며 황당해 했다. 또 연맹은 "특정 용품사 후원 선수들을 앞세워 확인되지 않은 말들로 여론몰이에 나서는 등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연맹은 "PBA는 선포식에서 연맹과 잘 협의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선수 및 일반인 대상 선포식에서는 연맹과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강경 대응하겠다는 취지의 조치사항을 발표했다"면서 "연맹은 그동안 PBA와 관련해 그 어떤 공식적인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의아해 했다.
이밖에도 연맹은 PBA가 스포츠토토 종목 편입, 최고상금 대회 KBF와 공동 주최, 프로등록 후 각종 대회 참가(이중 등록 허용해 동호인 대회 참가), 대한체육회의 선수 출전 제한 문제, 전국체전 출전 가능, 중계권 협상 등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선수들의 판단력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사실 아닌 내용으로 선수들 판단력 흐리고 있다
PBA는 KBF의 공식 입장이 발표되자 즉각 반발하고 있다. 투어 출전 선수에게 3년의 제재는 KBF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PBA는 다른 종목의 사례를 통해 UMB, KBF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2014년 국제빙상연맹(ISU)이 승인하지 않은 프로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연맹 주최 국제대회와 올림픽 출전 금지 결정을 내린 사례가 있었다. 당시 네덜란드 대표 선수들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ISU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2017년 'ISU 규정은 EU의 독점 금지법 위반' 판결을 얻어냈다. ISU가 이후 규정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또 PBA는 국제수영연맹과 국제수영리그, 국제승마연맹과 글로벌 챔피언스 리그 등 비슷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연맹은 "EU집행위원회는 ISU의 규정 중 'ISU가 인정하지 않은 제3자의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선수에 대한 제재로써 영구자격박탈까지 규정한 것은 지나친 반경쟁적인 것'이라고 주문한 것으로 규정 개정을 권고한 판결"이라며 "KBF와 협상하고 상생하자면서 출범식에서 발표한 자료는 선수들을 속이는 내용들로 일관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또 연맹은 "브라보앤뉴는 프로당구사업을 전제로 특정 용품사와 손잡고 한국은 물론 세계 시장 장악과 1000개 이상의 당구장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 중"이라면서 "KBF는 당구계의 정부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곳으로 산업과 같이 할 의무가 있으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정책을 펼칠 경우 당구산업 생태계가 무너짐과 동시에 공인 단체인 KBF의 신뢰도는 물론이며 시장경제 논리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PBA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한편 PBA는 투어 참가를 선언한 프레드릭 쿠드롱과 에디 레펜스의 모국인 벨기에 법원에 UMB를 제소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PBA는 EU에도 독점 금지법 위반으로 UMB를 제소하기 위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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