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LA 다저스의 시즌 3차전에는 이색적인 볼거리가 많았다.
경기는 다저스가 홈런 4방을 터뜨리며 18-5로 크게 이겼다. 6회가 끝났을 때 11-2로 이미 승패는 결정된 분위기였다.
애리조나는 7회말 3번째 투수로 백업 포수 존 라이언 머피를 마운드에 세웠다. 전날(30일) 경기에서 양 팀은 6시간 5분 연장 13회 혈투를 벌였고, 애리조나는 7명의 투수를 소진했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야수를 투수로 올린 것. 머피는 7회말 볼넷 1개와 안타 2개를 맞았으나 실점없이 넘겼다. 그러나 5-11로 따라간 8회말 홈런 2방을 맞으며 7실점하고 말았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9회초 이번에는 다저스가 ‘이색적인’ 투수를 기용했다. 베테랑 포수 러셀 마틴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다저스도 전날 불펜 투수만 7명이 등판했다.
러셀은 경기 후 “거의 20년 만에 투수로 던져본 것 같다”며 “약간 다시 리틀리그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마틴의 투수 데뷔전은 완벽했다. 공 10개로 2개의 땅볼과 1개의 외야 뜬공으로 ‘1이닝 퍼펙트’ 마무리를 했다. 최고 구속은 83.7마일(134.7km)

이날 하이라이트는 9회초 2사 후 장면이었다. 다저스 마운드에는 포수 마틴, 홈플레이트 뒤에는 포수 반스가 앉아 있고, 타석에는 7회부터 애리조나 투수로 나선 포수 머피가 이날 첫 타석에 들어섰다. 메이저리그의 포수가 던지고, 포수가 받고, 포수가 치는 '진기한' 광경이었다. 결과는 83마일 직구에 중견수 뜬공으로 경기는 끝났다.
마틴은 경기 종료 후 투수가 포수와 가장 먼저 악수를 나누는 관례를 잊고, 2루 베이스 쪽으로 걸어갔다. 동료 데이비드 프리즈가 마틴에게 소리쳐, 뒤늦게 포수 반스에게 달려가 웃으며 핸드쉐이크를 하고 포옹했다.
마틴은 "경기 전 로버츠 감독이 투수로 던질 수 있냐고 물었고, 나는 괜찮다, 반드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마틴은 투수 데뷔를 하면서 이제 1루수와 중견수만 제외하고는 나머지 포지션으로 모두 출장했다) 이어 "평균자책점, WHIP 등 모든 것이 좋았다. 요즘 투수의 공 회전수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내가 던진 공의 회전수를 알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늘까지 3연전 중에서 마틴이 가장 효과적인 투수였다"고 칭찬했다.
한편 마틴은 진기록 2가지를 세웠다. MLB.com에 따르면, 마틴은 1963년 9월 24일 타이거스가 세니터스에 4-1로 승리할 때 좌익수 윌리 스미스가 마지막 9회를 책임진 이후 처음으로 9회에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한 야수가 됐다. 또 9회를 '퍼펙트'로 막은 야수는 1925년 이후 무려 94년 만에 처음 있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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