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가 아닌 동반자, 강정호(32)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3루 자리를 양분하고 있는 콜린 모란(27)을 특별히 챙기는 이유다.
강정호는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홈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들지 못했다. 앞서 신시내티 레즈와 개막 2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 멀티 출루로 활약했지만 이날은 모란에게 선발 기회가 갔다.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경기 전 “(상대 선발) 아담 웨인라이트에게 모란이 작년에 홈런 하나를 쳤다. 강정호는 9타수 1안타였다”고 밝혔다. 상대성을 본 결정이지만 지난해 강정호가 없을 때 주전 3루수로 가능성을 보여준 모란에게도 일종의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6번타자 3루수로 시즌 첫 선발출장한 모란은 1회 2사 1,3루 찬스부터 배트가 날카롭게 돌았다. 웨인라이트의 초구 가운데 높게 들어온 89.7마일 싱커를 받아쳐 우측 라인드라이브를 날렸다. 2타점 2루타. 스코어를 3-0으로 벌린 한 방으로 허들 감독 기대에 부응했다.

4-4 동점으로 맞선 8회말에는 세인트루이스 구원 마이크 마이어스의 93.3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라인드라이브로 넘겼다. 비록 팀 승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모란은 3타수 2안타 3타점 2볼넷으로 4출루 경기를 펼쳤다. 타격에서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
이처럼 모란의 존재가 강정호에겐 위협적일 수 있다. 하지만 강정호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모란은 3루 수비에서 불안감을 보였다. 특히 7회에는 포구 실책을 범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닝을 마친 뒤 모란이 덕아웃에 들어오자 강정호가 다가가 등을 두드리며 몇 마디 하는 모습이 보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강정호는 “경기가 아직 안 끝났으니 실책에 연연하지 말라, 남은 플레이에 집중하라는 말을 모란한테 해줬다”며 “모란은 나보다 어린 선수이고,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알려줄 수 있으면 알려주려 한다”는 말로 선배로서 남다른 책임감을 드러냈다.
스프링 트레이닝 때부터 강정호는 모란과 주전 3루수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며 ‘동반자’임을 강조했다. 이날 모란의 맹타에도 불구하고 수비 실책으로 흔들릴 수 있는 그의 마인드를 먼저 챙겼다. 강정호의 ‘팀 퍼스트’ 정신이 돋보이는 대목,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이유다. /waw@osen.co.kr

[사진] 피츠버그=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