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차 명포수 몰리나의 3루수 변신, "이 순간을 원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9.04.03 10: 30

통산 9차례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메이저리그 명포수 야디어 몰리나(37)가 미트를 벗었다. 내야 글러브를 끼고 3루 핫코너를 지켰다. 데뷔 첫 3루 수비에 나서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경기가 열린 PNC파크. 세인트루이스가 6-5로 앞선 연장 11회말 포수 몰리나가 낯선 곳에 위치했다. 3루였다. 야수를 모두 소모한 세인트루이스가 궁여지책으로 몰리나에게 3루를 맡겼고, 다행히(?) 타구가 가지 않아 1점차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3루수’ 몰리나의 발단은 7회말이었다. 피츠버그 J.B. 셕의 파울 타구에 맞은 제리 레인 구심이 부상을 당했고, 경기에 빠졌다. 2루심 빅 카라파자가 구심으로 들어섰고, 2루를 비워둔 채 ’3심 체제’로 남은 경기가 진행됐다. 

경기 내내 양 팀 선수들 모두 좁은 스트라이크존으로 예민해졌다. 갑자기 구심을 맡은 카라파자도 오락가락했다. 결국 11회초 세인트루이스 맷 카펜터가 삼진을 당한 뒤 판정에 어필하다 퇴장을 당했다. 
세인트루이스 벤치가 분주해졌다. 승부가 연장으로 넘어가면서 야수를 거의 소모한 상황. 유일하게 미출장 선수였던 포수 맷 위터스가 11회초 대타로 나선 뒤 11회말 포수로 수비에 들어갔다. 몰리나가 3루로 이동한 것이다. 
지난 200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올해로 16년차가 된 몰리나는 통산 1841경기를 포수로 뛰었다. 1루수로 40경기를 뛰었지만 3루수는 데뷔 후 처음이었다. 다른 포지션에서 통산 1800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 중 유격수 또는 3루수로 첫 출장한 것은 몰리나가 역대 7번째. 타이 콥, 넬리 폭스, 빌 마제로스키, 조 모건, 데이브 윈필드, 토니 페냐에 이어 몰리나가 보기 드문 기록을 세웠다. 페냐를 제외한 6명의 선수들은 모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미래 명예의 전당 포수로 꼽히는 몰리나 역시 이들의 뒤를 이었다. 경기 후 몰리나는 “(퇴장 당할 때) ‘카펜터가 왜 저러지?’ 하고 있었는데 어쩌면 내가 3루로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코치에게 “3루수를 할 수 있다. 항상 이 순간을 원했다”는 말로 의욕을 보였다. 
마이크 슐트 세인트루이스 감독도 “선수를 소모하면서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었다. 덕아웃에선 몰리나가 큰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몰리나는 퇴장 당한 카펜터의 글러브를 착용하고 3루 수비에 나섰다. 3루 쪽으로 타구가 오지 않아 수비를 선보일 기회는 없었지만, 몰리나가 핫코너를 지킨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waw@osen.co.kr
[사진] 피츠버그=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