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를 써야 할까? 최원준을 그대로 기용할까?
KIA 타이거즈에 묘한 선택의 문제가 생겼다. 바로 베테랑 이범호(38)와 신예 최원준(22)의 기용법이다. 이범호는 3루수 주전이지만 허벅지 부상으로 1군에서 빠져 있다. 대신 최원준이 개막부터 3루수 주전으로 뛰고 있다. 이범호가 부상을 털고 2군에서 실전 수비까지 소화하고 있다. 조만간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범호가 돌아왔을 때 최원준의 입지는 영향 받을 수 밖에 없다. 최원준은 고졸 4년 차 유망주이다. 데뷔부터 날카로운 타격을 과시했고 발도 빠르고 어깨도 좋았다. 내야 수비가 엉망이었다. 포구, 송구가 시원치 않았다. 김기태 감독이 2군에서 수비와 도루 능력을 키우게 했다. 내친김에 외야수까지 병행하도록 했다.

2년 전부터 1군에서는 내야는 물론 외야까지 폭넓게 백업으로 기용했다. 뛰어난 외야수 능력을 갖추었으나 방망이에서 밀려 자리를 잡지 못했다. 내야수로는 경험과 훈련량이 쌓였고 포구와 송구 동작이 한결 매끄러워졌다. 이범호가 빠지자 바로 주전으로 낙점을 받았다. 올해는 준수한 내야수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수비는 좋아졌는데 정작 타격은 침묵하고 있다. 지난 3일 현재 개막 9경기에서 29타수 5안타, 타율 1할7푼9리를 기록하고 있다. 주로 9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데 타율과 출루율이 낮아 타선에 큰 힘이 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교함을 갖춘 타자인데 왠일인지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범호가 돌아오면 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
김기태 감독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당장은 이범호를 부르지 않겠다. 수비가 되는지 살펴야 하고 부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급하게 올라왔다 다시 부상을 당하면 사실상 시즌 아웃이기에 차분하고 완벽한 재활을 주문한 것이다. 아울러 당분간 최원준을 3루수 주전으로 기용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머지않아 이범호가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기태 감독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KIA의 미래를 생각하면 최원준을 주전으로 기용하는 것이 수순이다. 전반적으로 노장들 일색의 KIA 타선이라는 이미지도 있어 세대교체를 바라는 눈길이 강하다. 반대로 팀에 필요한 장타력과 당장 성적을 위해서는 이범호가 필요하다.
성적을 내야하는 1군 감독의 위치에서는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이참에 자리를 지키려는 최원준의 근성도 주목된다. 이범호의 복귀 이야기가 나오자 지난 2일 대구 삼성경기에서 모처럼 3루타를 터트렸다. 그동안 김 감독이 원했던 장면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