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좌완 김기훈(19)이 괴물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김기훈은 지난 3일 대구삼성라이온스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원정경기에 시즌 두 번째로 선발등판해 6이닝동안 4개의 탈삼진을 곁드여 2피안타 4사사구 3개, 4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선발투수로 제몫을 충분히 해준 투구였지만, 3득점에 그친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비록 패전을 안았지만 수확도 거둔 등판이었다. 우선 6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23명의 타자를 상대로 97개의 볼을 던지며 6회까지 소화했다. 고졸루키가 퀄리티스타트형 선발투수로 정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앞으로 어깨에 문제가 없다면 선발진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구원 1경기 포함해 3경기 평균자책점은 5.11(선발 ERA 4.91)를 기록하고 있다. 한걸음 더 들어가면 리그 상위급 지표를 당당히 보여주고 있다. 피안타율이 1할2푼8리에 불과하다. KBO리그에서 SK 문승원(..106)에 이어 당당히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닝당 출루율(WHIP)도 0.93으로 9위에 올라 짠물투구를 했다. 선발 2경기만으로 좁혀보면 WHIP는 0.73으로 더욱 짜다.
특히 좌타자들에게 강했다. 18명의 타자를 상대해 단 1안타만 내주었다. 4개의 볼넷과 1개의 희생타가 있어 13타수 1피안타, 피안타율 7푼7리였다. 리그 7위의 기록이다. 우타자로는 30명을 상대로 26타수 4안타, 1할5푼4리, 리그 3위에 랭크되어 있다. 좌우 타자에 모두 강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평균자책점이 5.11에 이른다는 점은 득점권 피안타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모두 10번의 득점권 위기에서 7타수 3피안타(.429)를 기록했다. 3피안타가 바로 홈런과 2루타 2개였다. 다 좋았지만 위기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했고 장타를 맞았다. 아울러 9이닝당 볼넷이 5.11개로 높다. 아직은 슬라이드스텝(퀵모션)이 안정되지 않아 쉽게 도루를 허용해 득점권에 주자를 진출시키는 약점도 있다.
선발등판 2경기만 좁혀보면 볼넷은 2.45개로 안정적인 편이다. 결국 김기훈은 위기에서 보다 집중력 있는 투구를 한다면 리그의 존재감 있는 선발투수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경험이 쌓으면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나 도루를 견제하는 능력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고졸루키가 내노라하는 리그의 선발투수들과 나란히 어깨를 하고 있다는 점만해도 대단한 일이다. /sunny@osen.co.kr